“어쩌나” 아시아 증시 눈물.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앞으로 오를 것은 세금과 물가뿐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이 날마다 쏟아지고 있지만 코스피 지수는 1000선이 무너졌고 부동산은 '급급매물'까지 등장했다. 약발 없는 부양책에 대한 월급 생활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풀어 유동성을 늘리게 되면 세금은 늘고 물가는 오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를 차곡차곡 부으면서 대출 끼고 조그마한 아파트 하나 장만하는 것이 그동안 한국 직장인의 평균적 소망이었다. 그러나 요즘 매일같이 자산을 잃고 있는 직장인들은 깡통 펀드를 권유한 은행과 증권사, 높은 분양가로 폭리를 취한 건설사에 정부가 공적 자금을 마구 지원하는 것을 보며 울고 싶은 심정이다.
● "깡통 펀드 권한 은행에 공적 자금 투입이라니…"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도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은행들이 또 무리하게 외화 차입을 하고 공적 자금에 기대다니…정부가 내세운 감세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
3년간 부어 온 펀드에서 1000만원이나 손해를 본 간호사 정모(32·서울 서대문구) 씨. 정부가 은행들의 외화 차입에 대해 1000억 달러까지 지급 보증을 서고 은행채까지 매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것을 보고 분통이 터졌다. 펀드가 손해나도 은행은 판매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기는데 자신이 낸 세금으로 은행 부실까지 메워야 하는지 억울하기만 하다.
주식 폭락으로 3000만 원이나 잃은 이모(33·광주시) 씨도 요즘 연금 보험료와 소득세 등 매달 월급에서 바로 바로 공제되는 30만원 정도가 아깝기만 하다. 국민연금기금이 올해 들어 8월말까지 국내외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2조 1583억 원의 손실을 냈다는 것을 알고 나서다.
이씨는 "개인 투자야 리스크를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지만 노후 준비를 위한 국민 연금을 증시 부양에 마구 쏟아 부어서야 되는가? 직장인은 꼬박꼬박 세금처럼 납부하고 있는데 나중에 책임질 사람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건설사, 미분양에도 마구 짓더니
정부가 건설업계에 9조 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건설부문 지원 방안'에 대한 반감도 크다. 대한주택보증이나 한국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기초재원은 결국 정부가 지원해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높은 분양가와 마구잡이 개발을 해 온 건설사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2년 전 서울 구로구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장인 송모(33·부천 원미구) 씨는 중도금을 치르느라 속이 바짝바짝 탄다. 벌써 1억원 넘게 빌렸는데 금리는 자꾸 오르고 펀드는 떨어져 생활비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송씨는 "집값이 대출 이자만큼은 올라야 하는데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 값이 떨어져도 건설사는 분양하고 나면 그만"이라며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온 건설사 부실까지 세금으로 메워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뉴타운에 입주한 직장인 안모(36·서울 성북구)씨도 "지으면 팔리려니 배짱 영업을 해 온 건설사 뒷수습까지 국민들이 세금으로 해야 하는 거냐"며 "납세 거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