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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粧罷低聲問夫婿,畵眉深淺入時無?

입력 | 2008-10-27 02:58:00


粧(장)은 化粧(화장)처럼 단장하다 또는 분장하다의 뜻이다. 罷(파)는 파하다, 즉 마치거나 그만두다의 뜻으로 罷業(파업)처럼 쓰인다. 罷免(파면)하다의 뜻도 있다. 지치다의 뜻이면 ‘피’로 읽는다. 罷馬(피마)는 지친 말이다. 그물인 망(망)을 能(능) 위에 덮어씌운 형태이다.

低(저)는 高(고)와 반대로 낮다 또는 낮추다의 뜻이다. 바닥의 뜻인 底(저)와는 구별된다. 聲(성)은 소리이다. 夫(부)의 본뜻은 성인남자이다. 사람이 선 모습인 大(대) 윗부분에 더해진 가로획은 성년 남자의 묶은 머리에 찌른 비녀이다. 婿(서)는 남편 또는 사위이며 壻(서)로 쓰기도 한다. 夫婿(부서)는 남편, 女婿(여서)는 사위이다.

畵(화)는 그림 또는 그리다의 뜻이다. (화,획)(화)는 속자이다. 眉(미)는 눈썹이다. 唐代(당대)에는 눈썹을 밀고 새로 그리는 것이 사대부 집안의 여인들에게까지 매우 유행했다. 瑩姐(영저)라는 기녀는 날마다 다른 눈썹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어떤 문인은 百眉圖(백미도)를 그리겠다고 하였다.

深淺(심천)은 짙고 옅음 또는 깊고 얕음으로, 색깔이나 형태 모두에 해당할 수 있다. 時(시)는 당시의 유행을 의미한다. 入時(입시)는 유행에 맞다의 뜻이다. 긍정과 부정이 중복되면 의문을 표시하게 되니, 入時無(입시무)는 ‘유행에 맞는가 아닌가’에 해당한다.

과거에 응시하기 전에 당시에 영향력 있던 문인 張籍(장적)에게 자신을 알리는 글을 올리며, 신부의 입을 빌려 제 마음을 표현했다. 앞 구절을 보면 신혼 다음 날 아침 시부모님을 뵈려는 상황이다. 전후 사정이야 어떠하든, 제 화장한 모습이 어떠냐는 신부의 애교 섞인 속삭임이 들릴 듯하다. 唐(당) 朱慶餘(주경여)의 ‘閨意上張水部(규의상장수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