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19) 씨는 대입 재수생이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1교시 언어영역을 망친 후 2교시 수리영역 때부터 눈앞이 캄캄해지는 바람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올해 성실하게 공부한 덕분에 성적이 많이 올랐지만 지난해처럼 불안감 때문에 시험을 망칠까봐 두렵다.
11월 13일 실시되는 수능을 앞두고 시험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클리닉을 찾고 있다.
학생들의 고민은 다양하다.
“1교시 언어 듣기시험 때 스피커 상태가 안 좋아 잡음이 많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 “나는 문제가 어려워야 유리한데 너무 쉽게 나와서 변별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 “남은 기간 새로운 문제집을 풀어야 할까, 아니면 이미 봤던 교재를 다시 봐야 할까” 등의 질문이 많다.
불안감이 심하면 ‘남은 기간에 공부해봤자 실력이 얼마나 오를까’ 하는 생각에 느슨해지기 쉽다. 이는 불안이 너무 심할 경우 회피하게 되는 심리적 기전 때문이다. 이를 피하려면 자신의 실력에 비해 약간 벅찬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고민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고민은 수험생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처럼 통제가 불가능한 고민이다. 차라리 운에 맡기고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고민만 하는 것이 불안감을 줄이는 방법이다.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인드 컨트롤이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서 10분 동안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수능 당일의 상황을 상상한다.
“입실 완료 벨이 울린다. 시험관이 들어온다. 문제지를 나눠준다. 시험관이 ’문제지를 엎어 두고 보지 말라’고 말한다. 시험 시작 벨이 울린다. 내가 긴장을 해서 당황한 것 같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나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되뇌자.”
불안감이 너무 심하면 신경정신과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경안정제는 뇌의 기능을 떨어뜨려 시험 수행을 방해하지만 교감신경 이완제는 뇌의 기능은 유지한 채 신체적 긴장만 완화한다. 단, 이 약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졸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거치고 미리 테스트를 해 봐야 한다.
배지수 정신과 전문의·BFC학습연구소 www.brainfitn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