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론/이찬원]람사르총회는 환경선진국 발판

입력 | 2008-10-27 02:58:00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발상으로 1977년부터 현재까지 매월 경남 마산에서 열리는 ‘합포문화동인회’ 민족문화강좌 204회의 ‘신과 인간과 자연의 통일’(장일조 교수)의 머리말을 인용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든 간에, 영리한 인간들에게는 신은 죽었거나 없고, 놀라운 과학기술에 의해서 자연이 정복 파괴된 결과 지구촌에 살고 있는 대다수 인간의 정신이 황폐화되고 자연생태계가 병들어감에 따라, 인간들의 육체가 함께 파괴적으로 병들어가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파국적 위기가 들이닥치는 뜻밖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습지 보전-관리 위한 인식 전환을

자연생태계의 멸종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놀라운 기록은 아마도 약 3000년 전의 ‘그러므로 이 땅이 슬퍼하며 거기 사는 자와 들짐승과 공중에 나는 새가 다 쇠잔할 것이요, 바다의 고기도 없어지리라’는 구약성경 얘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건강한 습지, 건강한 생태계(종다양성), 건강한 인간(육체와 영혼)을 주제로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28일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다. 습지는 중요한 생물서식지의 기능은 물론이고 수자원과 식량문제, 빈곤 퇴치, 토지 이용, 특히 기후변화와도 연계되는 지구에서 생태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1971년 출범한 람사르 협약은 그동안 많은 실질적 성과를 올린 최초의 국제환경협약이다.

람사르 협약의 특징은 적은 인원의 사무국 직원으로 꾸려나가며, 생물의 서식지와 생물종의 보전을 위해 시작부터 비정부기구(NGO)가 함께 활동했다는 점이다. 람사르 협약이 37년 동안 지속됐지만 세계의 습지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수상하는 영국의 데이브 프리처드는 람사르 협약이 없었다면 습지의 훼손 상황은 더욱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람사르 협약에서 2005년부터 사용하는 ‘습지의 현명한 이용에 관한 정의’는 습지가 갖는 고유의 생태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즉 생태시스템의 구성, 상호작용, 습지서비스(습지의 생산성, 기능, 고유특징)를 총체적으로 유지하는 범주 내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습지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 갯벌을 포함한 습지의 변형과 이용과정에서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습지정책 결정에 있어서 민관산학의 지역협의체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우리나라 연안은 자연자원과 청정해역, 수많은 섬과 갯벌을 갖춘 수산 동식물의 보고이다. 그러므로 청정자원의 지속가능한 해양공간을 보전하여 미래지향적인 생태관광과 체험환경교육장, 수산양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순천만이 좋은 사례다.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을 우리는 시화호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배우고 있다.

순천만, 관광-수산양식 좋은 사례

경남에서 개최되는 람사르 총회는 생명의 터전인 습지와 인간의 상호연계성에 관한 이해가 다른 어느 때보다 크게 증가했고 기후변화, 물 부족, 식량 위기, 생물종 다양성, 토지 이용과의 관계에서 건강한 습지의 유지와 보전이 지구생태계를 위해 매우 중요함을 다 함께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결의문을 선언할 예정이다.

람사르 총회를 통해 도출될 각종 실천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보유한 정보기술(IT)을 접목하여 정보 공유와 국제 협력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이번에 승인될 것으로 기대되는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를 통해 환경 분야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람사르 총회가 환경에 대한 정책결정자와 시민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친(親)환경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때 우리는 환경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찬원 경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람사르 협약환경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