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벌어진 24일. 국감장에선 폭언이 난무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장차관, 그리고 낙하산 대기자들, 지금 그들은 이명박의 휘하들이다. 졸개들이다”라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됐다. 대통령의 이름 뒤에 직함을 생략한 데다 이 정권에 참여한 인사들을 싸잡아 ‘졸개’라고 했으니 한나라당 사람들이 발끈할밖에. 의원들은 사과를 요구하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인격모독적 발언”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유 장관은 이 모습을 잡기 위해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기자들에게 “찍지 마, 에이. 성질이 뻗쳐”라고 내뱉기도 했다.
▷이날 소동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유 장관은 서로 상대측에 책임을 돌렸지만 오십보백보다. 이 의원은 ‘졸개’ 외에도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을 꼬박꼬박 ‘귀하’라고 불렀다. 의원들이 의례적으로 쓰는 ‘존경하는 ○○○ 의원’이란 말조차 붙이지 않았다. 이 의원의 질의에 팔짱을 낀 채 답변한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의 자세도 고압적이었다. 명색이 국가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예우도 겸손도 보여주지 못했다.
▷‘졸개’는 남의 부하로 있으면서 잔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 보통사람들도 특정인을 지목해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하물며 장차관을 그렇게 부른 것은 비례(非禮)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 의원이 ‘노무현의 졸개’였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유 장관의 “찍지 마” 발언도 무례하기는 마찬가지다. 보도진에 대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취재 방해와 국민의 ‘알 권리’ 침해 시비를 낳을 수도 있다. 인터넷엔 유 장관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는 비수(匕首)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항상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公人) 중의 공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국민의 언어 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듣고 따라 할까 걱정이다. 정치는 말에서 시작해 말로 끝난다고 한다. 정치가 품격이 있으려면 말부터 품격 있게 해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