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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리만 브러더스가…?

입력 | 2008-10-27 18:32:00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는 외신 보도를 정부가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외신들이 이를 재반박하는 등 부정적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Reuters) 통신은 26일(현지시각)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리만브러더스(LeeMan Brothers)'라고 지칭하는 농담이 유행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파산한 미국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를 빗댄 것으로 기사에서는 농담이라고 소개했지만 그만큼 외국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날 '한국 경제장관, 원화 약세와 씨름… 상황은 더 악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명박('Lee' Myung bak) 대통령과 재정기획부 강만수(Kang 'Man'-soo) 장관은 서로 쌍둥이처럼 뭉쳐 '리만(LeeMan) 브러더스'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로이터는 올해 초부터 강 장관의 정책이 오락가락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여러 애널리스트와 무역업자의 말을 인용해 강 장관의 모순된 정책이 경제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경제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에서 상당한 신뢰를 잃은 뒤에 이제야 팀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면서 "나는 이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강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 장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오랫동안 금융 현장을 떠나 있어 세계 금융 시스템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월가의 저명한 경제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도 한국 정부가 완강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페섹은 24일 블룸버그에 게재된 '한국 경제에 베어스턴스 유령 출몰'이란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아시아 4위 경제국인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는다는 쪽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페섹은 한국 정부의 부인에 대해 각종 사례를 들며 "미디어를 탓할 일이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그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를 비롯해 3대 신용평가기관이 아직은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이며 한국 금융계도 지난 1990년대 말 위기를 겪으면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투자 등급 국가로는 가장 위험하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페섹은 "한국에서만 노출되는 특유의 취약점이 있다"면서 그 핵심은 "한국 은행권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범했던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해외 차입을 단기로, 또 외화액면 발행에 많이 의존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증시에서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결과를 냈다는 것이 페섹의 진단이다.

페섹은 "이제 바야흐로 한국에 베어스턴스의 유령이 출몰했다"면서 "헤지펀드 등 해외 투자자들이 아이슬란드에 이어 이제는 한국을 다음 목표로 삼는 상황이 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왜 그렇게 많은 해외 언론이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비합리적인 이유에 입각해 비판하는가 하는 점에 유의해야지 미디어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