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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투데이] 유동성 취약 한국기업, 헤지펀드와 닮은 점은

입력 | 2008-10-28 02:59:0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시타텔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헤지펀드 위기설에 대한 월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언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앞으로 수백 개의 헤지펀드가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연초대비 ―20% 내외로 최소한 겉으로는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주식시장에 집중하는 일반 뮤추얼펀드의 시장 수익률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헤지펀드가 파산지경에 이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헤지펀드가 과도하게 차입을 해서 투자를 하는 구조라 평가수익률 악화보다는 신용경색 그 자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채권자들은 헤지펀드의 높은 차입비중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안해지면 즉각 차입금 상환을 요구한다. 이 경우 헤지펀드는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높은 이자를 지불하게 된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로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헤지펀드의 자산과 채무를 따져보면 실제로 파산에 이를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수익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뮤추얼펀드보다는 양호하기 때문에 장부상으로는 채무상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헤지펀드가 보유한 자산은 가격변동에 노출되어 있고 갚아야 할 채무는 고정된 가격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보면 그렇지 않다. 즉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실제로는 장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되는 자산이 많은 것이다.

헤지펀드를 위기로 모는 또 다른 이유는 차입금의 ‘디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차입금 비중이 500%인 경우에 손실률 1%는 실제손실 5%와 같다. 이런 구조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과 같이 추가로 발생하는 손실들이 극적으로 커질 수 있다.

헤지펀드에서 생기는 이런 문제들이 현재 한국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차대조표상의 부채 비중은 크지 않아 위험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기업이 손에 쥔 돈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이 지표들은 부채에 대한 내성이 매우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장부상 양호한 헤지펀드가 무너지는 것처럼 돈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낮은 일부 기업은 금리 상승과 자금 경색으로 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며 심각한 위기가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헤지펀드나 한국의 일부 기업이나 ‘과도한 차입과 낮은 수익성’은 위기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는 오십보백보인 셈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