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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입력 | 2008-10-28 02:59:00


在(재)는 ‘∼에 존재하다’의 뜻인데, 여기서처럼 ‘∼에 의미가 있다’ 또는 ‘∼에 의해 결정되다’의 의미도 있다. 山不在高(산부재고)는 산은 높이에 의해 그 가치나 의미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仙(선)은 僊(선)이 본래 글자로 오른쪽 부분은 높이 오르는 모습을 나타내며 발음요소를 겸했다. 隸書(예서)로 변하면서 仙(선)이 통용되는데, 역시 선인이 높은 산에 사는 것을 나타냈다. 신선이나 선녀 또는 세속을 떠난 사람을 뜻하며, 도교를 가리키기도 한다.

則(즉)은 흔히 앞의 조건이나 원인에 따른 결과를 표시하는 데 쓴다. 原則(원칙)처럼 규칙이나 법의 뜻이면 ‘칙’으로 읽는다. 名(명)의 본뜻은 제 이름을 대는 것이다. 저녁이나 밤을 뜻하는 夕(석)과 口(구)를 합한 회의자로, 어둠 속에서 혐의를 피하려고 입으로 제 이름을 말하는 것을 나타냈다.

深(심)은 깊다는 뜻으로 淺(천)과 반대이다. 龍(룡)은 비와 바람을 부를 수 있는 존재이다. 靈(령)은 영혼이나 정신 또는 여기서처럼 신령스럽거나 靈驗(영험)하다는 뜻이다. 본뜻은 영험한 무당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나타낸 :(령)이 발음요소이고 무당이 두 소매로 춤추는 것을 나타낸 巫(무)가 의미요소이다.

‘누추한 집’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자부심과 편안함을 확인한다. “이 집은 누추해도 내 덕이 향기를 낸다. 이끼 자국 계단을 녹색으로 물들이고, 초목의 푸른빛 주렴 안에 들어온다. 박식한 이들이 와서 담소하며, 천한 자는 오가지 않는다. 소박한 거문고를 타고 불경도 볼 수 있다. 귀를 어지럽힐 악대의 소리 없고, 몸을 괴롭힐 문서도 없다.” 그만하면 신통한 누추함이 아닌가. 唐(당) 劉禹錫(유우석)의 ‘陋室銘(누실명)’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