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산에 올라간다. 지난주 일요일에 등산할 때 중턱쯤에서 좀 쉬었다 가려는데 한 가족이 바윗돌에 걸터앉아 사과와 배를 깎아먹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인 듯한 여성이 과일껍질을 산에 휙 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가 깜짝 놀라며 왜 쓰레기를 버리느냐고 하자 그 여성은 “과일 껍질은 식물이니까 쉽게 썩는다. 저건 쓰레기가 아니라 나무들 거름이 되는 거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과일껍질이 분해되는 과정은 인위적으로 퇴비를 만드는 것처럼 빠르지 않고 자연생태계에 부담만 준다. 생물체가 필요로 하는 성분 중 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양이 요구되는 것은 탄소이다.
식물은 탄소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얻고 질소와 인 등의 영양물질과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량원소는 뿌리를 통해 토양에서 얻는다.
수분을 제외한다면 과일껍질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원소인 탄소와 산소를 식물은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탄소를 포함한 음식물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해충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야생동물의 섭생을 변화시킨다.
산에 버리는 과일껍질은 거름이 아니라 쓰레기일 뿐이다.
민경화 광주 북구 오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