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겠습니다.”
27일 오전 열린 한국영화산업정책포럼에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강한섭 위원장이 한국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단기 대책의 하나로 새 펀드 조성안을 밝혔다. 이날 강 위원장이 발표한 대책에는 ‘3D(다운로드, DVD, 다큐멘터리) 시장 창출’ ‘(제작자와 배급사 등의) 상생협약 추진’ 등이 포함됐다.
제목만 들으면 영화계에서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포럼 현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최근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영화산업에 대한 평균수익률은 최근 2년간 ―20%가 넘었다. 영진위가 투자한 28개 영상전문투자조합 중 23개 조합도 평균 10.6%의 손실을 봤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 분위기가 더욱 위축돼 “돈을 어디서 모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강 위원장은 “영진위가 20%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은행 등과 협조해 투자를 받겠다”며 “지금까지 시스템이 불투명하게 운영돼 문제가 생긴 만큼 건전한 감독과 규제가 이어진다면 신뢰가 쌓여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어떻게 자금을 모으느냐”고 거듭 질문을 했지만 강 위원장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결코 그는 ‘3D 시장 창출’ ‘영화산업 상생협약 추진’에 대해서도 “선진국에도 다 있다. 왜 우리는 못하나”, “이 자리에서는 밝히지 않겠지만 구체적인 계획안이 있다” 등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계획안을 마련했는데도 발표하지 않는다면 한국영화산업정책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관계자들을 모을 이유가 없었다.
강 위원장이 이끄는 4기 영화진흥위원회가 5월 출범했을 때 영화인들은 그를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구해줄 ‘구원 투수’로 기대했다. 노무현 정권 때 정부의 영상투자펀드 등 영화지원 정책 실패를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대책이라면 영화인들의 신뢰를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 같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