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는 지금 훨씬 더 효율적인 생산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무엇이 문제인지 빨리 찾아 개선해야 합니다.”
24일 오후 경북 구미시 비산동 LG전자 학습센터. 경북도 직원 30명은 조별로 전자제품 생산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어린이용 장난감 같은 교육 보조 재료를 이용해 ‘협력업체의 주문-생산-납품’ 과정을 반복했다.
이들은 23일 이 학습센터에 입소한 뒤 글로벌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연수를 받았다.
경북도 5급 이하 직원 150명은 2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창의 역량 강화과정’이라는 기업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경북도가 직원 연수를 기업에 위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기 조장인 인재양성팀 박태룡(51) 사무관은 “고객인 도민을 위해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전자제품 생산과 다를 바 없다”며 “일상 업무에 낭비적인 요소는 없는지, 바로 개선해서 효율을 높일 부분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의 핵심은 업무에서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는 것.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업무과정, 조직 전체 등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를 맡은 LNC컨설팅(경기 평택시)의 오명진(46) 수석컨설턴트는 ‘공무원들이라서 소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오 씨는 “경북도 직원들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이 달라질 정도였다”면서 “그러나 고객 지향 마인드가 아직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일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오 씨는 “경북도의 경우 민원인이나 정책 관련 기관 관계자 등은 외부 고객이고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은 내부 고객”이라며 “내부 고객끼리 팀워크를 이뤄 외부 고객을 지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LG전자가 직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낭비를 줄여라’다. 강의를 맡은 LG전자 학습센터 구경효(45) 차장은 “면밀하게 살펴보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도 상당한 낭비가 들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어떤 낭비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북도 여성청소년가족과 신기자(42·여) 씨는 “핵심 업무를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배울 점이었다”고 말했다.
경북도 직원들이 전문 경영컨설턴트에게 좋은 첫인상을 준 것은 올해 들어 꾸준히 마련하고 있는 ‘현장중심 연수’ 덕분이다.
지난달 직원 60명이 2박 3일 일정으로 경주∼포항∼영덕∼울진의 동해안을 따라 경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집적단지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체험하는 등 올해 들어 이런 현장 연수에 총 1200여 명이 참가했다.
경북도 나병선 인재양성팀장은 “현장을 모르면 현실적인 정책을 개발하기도, 공감을 받기도 어렵다”며 “내년에도 다양한 현장에서 체험하고 느끼는 연수를 더 많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