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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60년 英신장이식 첫 성공

입력 | 2008-10-30 02:59:00


1960년 10월 30일 영국 에든버러 로열병원. 49세의 일란성 쌍둥이가 차가운 수술대에 누웠다. 신장 기능악화로 생명이 위태로운 형제에게 다른 건강한 형제가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준 것이다.

외과의사 마이클 우드러프가 집도한 이 수술은 영국 최초의 성공적인 신장이식 수술로 기록된다. 일간지 데일리익스프레스의 기자가 환자의 고모를 매수한 뒤 친척인 양 병실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보도할 정도로 세상의 관심이 높았다.

이에 앞선 세계 최초의 신장이식은 미국에서 이뤄졌다.

‘너그러운 자연은 인간에게 두 개의 신장을 줬다. 단 하나의 신장만 있어도 필요한 기능을 다 수행한다. 지난주 시카고에서 다 죽어가는 한 여인에게 무모한 실험이 시도됐다.’(시사주간지 타임·1950년 7월 3일)

루스 터커(당시 49세)는 비슷한 체구와 연령대, 같은 혈액형을 지닌 사망자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뒤 5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떠났다. 이 수술은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당시만 해도 거부 반응에 대한 개념이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1954년 미국 보스턴에서 일란성 쌍둥이 간 신장이식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세계 첫 신장이식 수술이다. 수술을 한 조지프 머리는 1990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1969년 생체 신장이식이 처음 실시됐으며 사체(死體) 신장이식은 1979년이 처음이다.

신장은 장기 가운데 이식이 쉬운 편에 꼽힌다. 조직 형이 단순하고 장기의 적출과 이식이 간이나 심장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국내에서 간이식은 1988년, 심장이식은 1992년이 각각 최초의 기록이다.

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수혜자의 면역시스템. 이식된 신장을 ‘외부 침입자’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신장이식 환자에게는 면역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입해야 한다. 1960년대 중반 거부반응 방지와 치료에 대한 투약법이 등장하기까지 사체이식은 시행되지 않았다.

2006년 스페인에서 실시된 신장이식 중 사체 이식이 97%였다. 장기 기증 선진국인 이 나라는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 기증자가 35.1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3.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은 989명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