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에 출연하는 배우 이한위 씨(왼쪽)를 배우 조재현 씨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무대 설 때 긴장감이 연극의 매력”
너무 내성적인 성격이라 中2때 연극반 활동
부족하면서도 따뜻한 ‘어설픈 배역’ 좋아해
이한위(47) 씨에게 내색은 안 하지만 불가사의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가끔 나와 함께 연극을 하는데 전화를 걸면 무조건 ‘OK’다. 공연이 임박해서 연락해도 그는 언제나 “그래? 알았어, 가자”라고 말한다.
그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엽기 성형외과 의사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시장 등 여러 작품에서 개성 있는 조역으로 출연하며 뒤늦게 ‘뜬’ 연기자다. 그래서 그가 누구보다 바쁜 걸 알기에 더 고맙다. 그는 11월 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시작하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황혼의 사랑법을 보여주는 노인으로 출연한다. 2만5000∼3만5000원. 02-741-3391
▽조재현=연극배우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연극하자’면 언제나 주저하지 않고 승낙해요. 참 고마운데…. 생각만큼 바쁘시지 않나 봐요?(웃음)
▽이한위=쉽게 대답하지만 사실 어려운 시간을 쪼개서 약속하는 거예요. 그리고 연극 출연에는 앞뒤를 별로 재고 싶지 않아요. 돈, 스케줄 이런 것들을 너무 재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조=이한위라는 배우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독특한 개성 연기로 자리를 굳혔어요. 하지만 그 캐릭터가 이문식 오달수 성동일 씨 같은 배우들과 겹쳐지기도 합니다. 고민은 없나요?
▽이=이문식이나 성지루 씨는 영화로 갔으니 이제 경쟁자가 아니죠. 나는 그들을 보면 내 배역을 가져갈까봐 뭔가 불길해요.(웃음) 연기도 나랑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나중 영화나 CF를 보면 내가 튕긴 것이 그쪽으로 가고, 반대의 경우도 많아요. 굳이 구분하자면 내가 (팬들이)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조=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이=깡패도 잔인한 깡패가 있는가 하면 폼만 잡다가 두세 방 못 견디는 깡패가 있어요. 저는 그런 어설픈 깡패를 시켜 달라고 말해요. 어딘가 부족해 보이면서도 따뜻한 서민적인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죠. 나쁜 사람을 맡아도 나쁜 사람으로 안 보이는데 그건 내 장점이면서도 단점이죠. 이전에는 교사, 이장으로 자주 나왔는데 요즘은 교장, 시장으로 진급했어요. 제 연기 스타일이 인정받고 있는 것 아닐까요.(웃음)
▽조=대학 전공은 정밀기계공학입니다. 배우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언제죠?
▽이=성격이 무척 내성적이었어요. 선생님이 책을 읽으라고 시켜도 두근거려서 어려웠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이렇게 살면 인생살이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극반을 지원해서 활동했어요. 대학에 가서 기사자격증을 따려고 부모님께 돈을 받아 교재를 사서 공부하다 교재를 베고 자는데 TV에서 탤런트 모집 공고가 보여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하하
▽조=1983년 KBS 10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뒤 오랫동안 TV 드라마에서 활약했어요. 최근에는 연극으로 출연이 잦은데 어떤 매력이 있나요?
▽이=연극은 무엇보다 관객과 직접 만난다는 긴장감이 있어요. 관객들이 내 연극을 직접 보며 환호해 줄 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북돋아지는 느낌이 정말 짜릿해요. 등산 후 정상에 올라 먹는 김밥 속 오이에서 느끼는 청량감이랄까. 비유가 적절치는 않지만. 죄송해요. 제가 말을 잘 못해요.(웃음)
● 이한위씨는
△1961년 광주 출생
△1983년 KBS 10기 공채탤런트로 데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목포는 항구다’ ‘미녀는 괴로워’, 드라 마 ‘불멸의 이순신’ ‘커피프린스 1호점’ ‘베토벤 바이러스’ 등 출연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