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쉬어봤으면, 또는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멈춰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딜 가나 수많은 사람들, 빵빵거리는 자동차에 치여 제대로 쉬기란 쉽지가 않다. 번화가 옆 동네. 일명 ‘대안(代案) 동네’라 불리는 곳이 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울 홍대 옆 상수동과 서교동, 신사동 가로수길 옆 ‘오프 가로수길’을 비롯해 종로구 삼청동의 대안 동네로 떠오른 부암동과 ‘한옥마을’로 알려진 가회동, 강남역과 방배동 카페촌의 대안인 양재동 양재천 카페촌 등이 대표적인 옆 동네들. 1990년대 오렌지족의 무대였던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대안으로 떠올랐다가 지금은 로데오 거리를 능가할 정도로 탈바꿈한 신사동 ‘멋샘길’ 같은 동네도 있다.
이러한 옆 동네의 재발견은 블로그, 미니홈피 등 1인 미디어를 통해 활발히 진행된다. 카메라를 들고 직접 출사(出寫)에 나서는 누리꾼들은 ‘서울의 재발견’, ‘숨은 명소’ 등의 게시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야후의 ‘거기’는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발견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거기걸스’라는 여대생들을 뽑기도 했다.
3년간 총 4만6000개의 새로운 명소나 번화가 옆 동네 글이 게시됐으며 지금도 매주 평균 200개 이상의 대안 동네가 소개되고 있다. 최우일 야후 ‘거기’팀 팀장은 “새로운 동네를 발견해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행”이라고 말했다.
동네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이유에 대해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가, 나아가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남들과 차별화하고 싶은 젊은 세대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업계도 이런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소장은 “1020 세대들이 주체적으로 상권을 만들고 정보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능동적인 젊은이들의 움직임에 전보다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