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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脚根倦時且小歇, 山色佳處須細看

입력 | 2008-10-31 02:58:00


脚(각)은 정강이 또는 발이다. 산기슭인 山脚(산각)이나 운문의 구절 끝에 다는 韻(운)인 脚韻(각운)처럼 사물의 아랫부분이나 끝부분을 가리키기도 한다. 脚根(각근) 또는 脚근(각근)은 발뒤꿈치이다. 脚本(각본)은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으로, 脚(각)은 그 속의 인물 유형을 뜻한다.

倦(권)은 지치다 또는 게으르다는 뜻이다. 倦怠(권태)는 어떤 일이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이다. 且(차)는 여기서는 ‘마땅히 ∼해야 한다’의 뜻으로 宜(의)와 뜻이 통한다. 뒤의 須(수)도 같은 의미로, 且(차)와 須(수)는 짝이 된다. 歇(헐)은 쉬다 또는 멎거나 끝나다의 뜻이다. 의미요소인 欠(흠)은 하품을 뜻하며 입에서 기운이 나오는 것을 본뜬 것이 변모했다.

山色(산색)은 산의 색깔 또는 산의 경치이다. 佳(가)는 아름답다 또는 좋다, 處(처)는 장소나 위치이다. 細(세)는 가늘다 또는 작다는 뜻과 詳細(상세)하다 또는 仔細(자세)하다는 뜻이 있다. 가는 실을 뜻하는 (멱,사)(사)가 의미요소이다. 오른쪽부분은 발음요소인데, 정수리를 뜻하는 신(신)이 변형되었다.

看(간)은 보다의 뜻이다. 目(목) 위에 手(수)를 얹은 형태로, 손을 이마에 얹고 바라보는 것을 나타냈다. 走馬看花(주마간화) 또는 走馬看山(주마간산)은 말을 달리며 꽃이나 산을 보듯 대충 봄을 비유한다. 看風使帆(간풍사범)은 바람을 보아가며 돛을 조종하듯 상황에 따라 변통하여 처리함을 비유한다.

우리네 보통사람의 산행은 경쟁이나 정복을 위해서가 아니다. 힘이 들면 잠시 쉬는 것도 좋다. 그 기회에 아름다운 주변 경치도 자세히 보고 남들 모습도 볼 수 있으니까. 산행만 그런 것도 아니리라. 宋(송) 楊萬里(양만리)의 ‘中塗小歇(중도소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