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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스인훙]서방 위협하는 중국의 성공

입력 | 2008-10-31 02:58:00


자연의 법칙에 불변이 없듯이 세상사 역시 크게 바뀐다(天道無常, 世事滄桑). 국제정치도 그렇고 특히 세계정치를 바라보는 서방의 정서 역시 마찬가지다.

옛 소련이 해체돼 냉전이 끝난 지 20년이 채 안 됐지만 서방의 세계관과 정서는 엄청 변화했다.

미국이 앞장선 서방 동맹은 냉전이 끝난 뒤 한동안 절대적인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 단극(單極)시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 이를 ‘역사의 종말’이라고 득의양양하게 선언했다. 소련의 해체와 함께 역사의 본질이 변했으며 미국을 본보기로 한 서방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인류가 발명한 정치 사회 체제 가운데 최고의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비록 서방세계에 대한 저개발 국가의 위협이 있었지만 이는 ‘실패한 국가’의 원시 폭력으로 치부됐다. 또 이슬람 세력의 위협과 함께 9·11사태가 발생했지만 이는 서방의 우월적 지위와 자신감을 흔드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2, 3년 사이 서방의 우월적 지위는 물론 정신적 우월감과 자신감까지 위협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권위주의 강대국’ 이론이다.

주요 대상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강력한 급부상은 미국과 서방의 국제 정치세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일 뿐 아니라 최근 ‘역사의 종말’을 대체하는 새로운 이론으로 등장했다.

이 이론의 핵심용어는 ‘권위주의 강대국의 복귀’다. 이는 이슬람의 급진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는 중국이 갖고 있는 ‘체제의 융통성’을 의미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정치 사회 제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권위주의 자체의 강한 활력을 의미했다. 따라서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는 중국 지도자들로 하여금 중국의 현행 제도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결심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성공, 즉 권위주의 강대국의 생명력은 서방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으로 묘사된다. 특히 서방세계의 자신감과 가치관, 나아가 세계에 영향을 주는 근본적인 도전으로 여겨진다.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미국의 금융위기,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사태는 이를 서방의 주류 이론으로 만들어 놓았다.

워싱턴포스트는 8월 13일자 기사에서 “2008년 여름은 서방의 지배를 받지 않는 천체의 부상(浮上)을 의미한다”고 썼다. ‘미국의 세기(世紀)’는 20세기에서 끝났으며 21세기까지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도 8월 16일 베이징 올림픽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거론하면서 “이는 서방세계가 ‘새로운 권위주의 시대’에 직면했음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이어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 경제가 세계경제와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빚쟁이는 말할 권리’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월가로 상징되는 평형추가 이런 논법에 따라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중국의 성공적인 급부상과 서방국가가 스스로 야기한 금융위기로 중국에 대한 서방 시각이 변화되고 있으며 이는 갈수록 심화되는 단계를 맞이했다.

따라서 중국은 국제 사회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깨닫고 이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