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정민 박동욱 엮음/352쪽·1만3000원·김영사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애틋한 충고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는 절대로 신중하고 침묵해야 한다. 무릇 (과거) 합격자 모임에도 반드시 모두 참석할 필요는 없다. 혹 한 번 가고 그치는 것이 좋고, 절대로 자주 가서는 안 된다.”(박세당이 둘째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황, 유성룡, 김정희 등 조선시대의 학자, 문인, 예술가 열 사람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 역사책이나 초상화 속의 근엄한 모습이 아닌, 자식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맨 얼굴의 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다. 옛 아버지의 편지들을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제자와 함께 엮고 뒤쪽에는 원문도 수록했다.
편지 속에 나타난 단골 소재는 역시 과거 시험 준비다.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가서 한번 가면 뒤쫓기가 어렵다. 끝내 농부나 병졸이 되어 일생을 보내려 한단 말이냐.”(이황)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마음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강세황은 “내가 죽으면 술을 올리지 말라”며 “가난한 집에서 지극히 대기 어려운 것이 바로 술이다. 절대 억지로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을 본떠서는 안 된다”고 써 보냈다.
박지원은 아들에게 직접 고추장을 담가 보낼 정도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고추장을 작은 단지로 하나 보낸다. 사랑에 놓아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손수 담근 것인데, 아직 잘 익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다음 편지에선 자신이 만든 고추장에 대해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친다. 그 인간적인 모습에 슬며시 웃음도 난다.
“소고기볶음은 잘 받아서 아침저녁 찬거리로 했느냐? 어째서 한 번도 좋다는 뜻을 보여주지 않느냐? 답답하고 답답하구나. 고추장도 내가 손수 만든 것이니 맛이 어떤지 자세히 알려다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