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배우기1/마테오 마랑고니 지음·정진국 옮김/355쪽·2만2000원·생각의나무
미술작품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지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다. 이탈리아 미술사가이자 20세기 중반 이 책을 내놓으며 미술비평을 하나의 전문 분야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는 예술가의 고유한 스타일과 개성,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을 공부해야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미술작품을 예로 들며 작품의 스타일과 형식이 아닌 ‘내용과 주제’를 중시하던 당시 미술계를 비판한다.
렘브란트의 작품 ‘푸줏간의 황소’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당시 19세기 인상주의 회화를 예고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걸작인 이 작품을 이탈리아 정부가 도축된 황소라는 주제가 공공미술관에 어울리기 어렵다는 학계의 반대를 이유로 사들이지 않은 것을 지적한다.
저자는 “렘브란트는 ‘도축한 황소’라는 구체적 사실을 재현했던 것이 아니라 빛과 색채를 통해서 바라본 자연의 한 단면 앞에서 자신이 느낀 회화적 감정을 재현”했기 때문에 그것이 걸작이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자연미를 강조한 메디치의 비너스상과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안토니오 리초의 이브상의 사례도 든다. 비너스상이 단순히 육체의 조화로운 비례와 균형을 표현한 반면 이브상은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인물의 팔다리를 건축 구조처럼 유기적으로 구성해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이 사실처럼 보여야 한다거나 자연을 모방한 것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그 방면에서 어떤 화가도 사진과 겨룰 수 없다”고 말한다.
라파엘로의 작품 ‘변용’은 거장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칭송을 쏟아내는 미술사가와 평론가들의 행태를 비판하기에 적절한 사례 중 하나다. 라파엘로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찬사를 받았던 이 작품에 대해 저자는 “웅장한 리듬 속에서 완벽한 구성력을 보인 상단의 이미지에 비해 하단의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충돌을 일으켜 전체적인 통일성이 결여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미술 감상과 관련된 책으로는 ‘알기 쉬운 현대 미술 감상의 길잡이’(필립 예나윈 지음·시공사)가 있다. 20세기 들어서 미술작품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미술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동기와 작가의 작품 제작 방식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을 설명한다. 현대미술 전문가인 저자는 2000년대 들어 주목받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와 신디 셔먼의 작품도 소개한다.
‘현대 미술의 심장 뉴욕미술’(이주헌 지음·학고재)은 현대미술관(MoMA)과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프릭 컬렉션 등 현대미술의 거점이 된 미국 뉴욕의 대표적 미술관 5곳의 주요 현대미술 작품과 고전 명화에 대한 감상을 담았다. 인상파부터 20세기 말까지 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이명옥 지음·다빈치)은 일종의 미술 감상 입문서다.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라파엘로 등 초중고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작품 80여 점에 대해 사비나미술관장이자 국민대 겸임교수인 저자가 들려주는 작품 감상 에세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도 함께 들여다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