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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 최고조… 내년 중반쯤 풀릴것”

입력 | 2008-11-01 02:58:00


■ 손성원 美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인터뷰

“추가 금리인하-감세 등 선제적 대응해야

한국정부, 문제 부인만 말고 소통확대를”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입니다. 추가 금리인하와 감세 등 선제적(proactive) 조치로 대응해야 합니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안해진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에서 달러를 빼가면서 비롯된 한국 금융위기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손 교수는 “최근 월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무조건 부인만 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후속 조치를 발표하는 한국 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신뢰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금융위기가 언제쯤 풀릴 것으로 보는가.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은 분명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내년 중반은 돼야 풀릴 것으로 본다. 이때쯤은 돼야 미국 재무부채권(TB) 등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간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내년 중반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먼저 미국 주택가격이 내년 중반 안정될 것이다. 최근 부동산 매매는 증가하는 추세인데 집값은 더 떨어지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추면 미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세도 둔화될 것이다. 이때 비로소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이 줄어들어 자금시장에 돈이 돌고 외국인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장 막판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수백 포인트씩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거래량이 급감했기 때문인데 약간의 매매만 이뤄져도 주가가 출렁거리는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 불안은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최근 미국 월가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부 맞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의 외채가 너무 많다. 통계를 보니 한국의 은행들이 빌린 돈의 14%가 해외에서 들어왔다. 단기로 자금을 빌려서 중장기로 운용하는 미스매칭(만기 불일치)의 문제가 심각하다. 나라 전체로도 외채가 과도한 수준이다.”

―월가에서 한국 정부를 보는 시각은….

“최근 월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 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큰 문제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무조건 부인만 하는데 이는 적절치 못한 대응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밝히면 된다. 문화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는데 한국 정부가 외국인투자가들과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현재 금융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한국은 문제가 터지면 대응하는 ‘땜질식(reactive)’ 방식으로 대처했다.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미리 동원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도 ‘제로’ 금리를 향해 가고 있는데 한국도 추가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 또 과감한 감세 조치를 취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재정적자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도 재정지출과 감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감세의 여지가 더 크다. 일단 큰불부터 끄고 봐야 한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