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자 자신이 세운 장학재단 통해
공무원 119명에 5억3000만 원 뿌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최세훈)는 31일 중국산 주철관을 국산으로 속여 자치단체에 납품하고 상수도 업무 담당 공무원 100여 명에게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사기 및 뇌물공여)로 한국주철관공업㈜ 김모(62) 회장을 구속했다.
김 회장은 2004년부터 1년간 저가의 중국산 상수도관을 KS 인증제품인 것처럼 속여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등 전국 자치단체에 83억 원어치를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설립한 장학재단에서 상수도 업무 담당 공무원의 계좌로 뇌물 성격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부산시 상수도 담당 공무원 11명은 김 회장에게서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6000여만 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A 씨는 자녀가 고교생이던 2003년부터 대학에 재학 중인 최근까지 모두 16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A 씨를 비롯해 전국의 상수도 담당 공무원 119명이 김 회장의 장학재단에서 5억30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회사 내부문건에 장학금 제도를 활용한 로비 방법이 적혀 있고 장학증서나 전달식도 없이 계좌로 지급된 점, 수혜대상이 상수도 업무 관련 공무원 자녀라는 점에서 명백한 뇌물수수에 해당된다”며 “돈을 받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