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경문 감독은 사령탑 부임 5년째인 올 해,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지만 또다시 ‘2등’의 아쉬움을 곱씹고 말았습니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김 감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에 가서 지느니 차라리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는 게 낫다.”
이미 두 번의 실패를 통해 준우승 감독의 비애를 누구보다 처절하게 느꼈기 때문이지요.
한국시리즈를 치르기 전, “삼세번인데,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고 수차례 밝혔던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는 결코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마지막 소원, 하나 남은 꿈’이란 그의 말은 세 번째 도전에 대한 강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준우승의 슬픔을 맛보고 말았습니다. 이전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 그는 휴대폰을 끈 채 며칠동안 홀로 조용히 여행을 다녔습니다. 이번에도 아마 마찬가지일겁니다.
2008년 10월의 마지막 날, 그는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를 맛보긴 했지만 수많은 야구팬들은 그가 올 8월 만들어낸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우승 신화’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엔트리 구성과 관련해 이런저런 뒷말이 나올 때, 김 감독은 숱하게 고민하면서도 나름의 뚝심과 철학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기술위원회에서 말하던 당당한 그 말투 그대로, 그는 한국야구 100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일궈냈으니까요. 그는 8월엔 승자였고, 10월엔 패자였지만, 2008년 수많은 야구팬들은 그를 진정한 승자로 기억할 겁니다.
잠실|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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