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올해 10살인 아들과 8살인 딸이 있습니다. 둘 다 제게는 금쪽 같이 소중한 아이들이지만, 어쩜 제 뱃속으로 낳은 아이들이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생긴 거야 그렇다 치고, 말하는 거며, 행동하는 거며 생각도 두 남매가 너무 다릅니다. 매일 아침 아들 녀석은 깨워도 늦장만 부리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런데 딸애는 한번만 깨우면 발딱 일어나 세수부터 하고 옵니다. 하지만 딸애가 세수를 마치고 오면 그 다음부턴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도와줘야 합니다. 오늘은 이 옷을 입고 가겠다, 저 옷은 싫다. 머리는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그러다 자기 맘에 안 들면 아침부터 울고불고 나리를 칩니다. 그때까지도 아들놈은 잠자리에서 뒹굴고 있고, 저는 딸애 달래고, 큰애 깨우느라 아주 바쁜 아침을 보냅니다.
그렇게 아침 전쟁을 치르고 학교에 보내 놓으면 이번엔 큰애가 수시로 저를 찾습니다. 큰애는 아침에 어떤 옷을 입든 상관없지만, 그 옷이 더러워지는 건 죽어도 못 참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옷이 더러워지면 “엄마∼ 나 옷 버렸어∼ 옷 가져다 주세요” 하면서 총알같이 전화를 합니다. 체육복도 친구들한테 빌려 입는 걸 싫어해서 집에 두고 가는 날엔 어김없이 제게 전화를 합니다.
먹는 것도 큰애와 작은애는 너무 다릅니다. 학교 마치고, 학원까지 갔다 온 애들은 집에 오자마자 배고프다고 난리를 칩니다. 제가 간식을 챙겨주면 딸애는 아무거나 그냥 잘 먹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끝까지 안 먹습니다. 원래 입이 짧아서 음식을 많이 먹는 타입도 아니지만, 챙겨주는 간식도 안 먹겠다고 버틸 땐 제가 너무 속이 상합니다. 딸애는 자기 간식 다 먹고, 오빠가 안 먹겠다고 밀어 두면 그 간식도 하나씩 하나씩 야금야금 빼먹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히려 못 먹게 간식을 뺏어야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딸애는 키도 크고 덩치도 좋지만, 아들은 동생인 딸애보다도 키가 작습니다. 그러니 매일 매일 밥 먹을 때마다 저는 작은애는 그만 먹으라고 말리고, 큰애는 좀 더 먹으라고 먹여주기까지 합니다. 학원 다니는 것도 큰애는 공부를 잘해서 수학이나 영어학원 가는 걸 좋아합니다.
둘째는 공부하는 건 뒷전이고, 만들기 학원, 수영 학원 이런 학원을 좋아합니다. 다른 집들은 한 학원에 아이들을 같이 보내서 학원비를 조금 깎기도 한다던데, 저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큰애는 남자인데도 너무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려고 하고, 성격도 꼼꼼하고, 예민하고, 깔끔해서 탈입니다. 작은애는 여자애가 옷에 뭐가 묻든 말든, 머리가 삐져나오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돌아다닙니다. 공부는 항상 뒷전이고, 그리고 너무 털털하고 덜렁대서 그게 또 탈입니다.
어찌 달라도 그렇게 다른지, 식성부터 성격까지 제가 맞춰줘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얼마 전엔 학교에서 시험을 쳤는데, 큰놈은 한 문제 틀렸는데 아는 문제 틀렸다고 속상해하면 울었습니다. 작은 녀석은 왕창 틀리고 겨우 세 개 맞았는데도, “세 개가 뭐가 어때서? 나 보다 더 못 한 애도 있어∼” 이러면서 아주 태연했습니다.
큰애는 틀린 문제가 신경 쓰여서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데, 작은애는 뭐하고 놀 건지 놀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우리 애들 한 뱃속에서 태어난 애들인데 너무 다릅니다. 이렇게 다른 애들 키우다보면 제 하루는 순식간에 휙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마치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다른 집도 이렇게 애들이 많이 다를까요? 우리 애들 키우는 게 너무 너무 힘듭니다∼
대구 동구 | 권선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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