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됐다.
시중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계 빚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금융자산은 주가하락 등으로 가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계 빚이 늘어나면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심각한 내수부진을 겪는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자산의 45% 금융부채
2일 한국은행이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으로 금융부채를 갚는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53배로 2007년 말 1.48배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이 비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금융부채가 가처분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이 수치는 2004년 1.27배, 2005년 1.35배, 2006년 1.43배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1.53배)은 미국 1.32배, 일본 1.11배(2007년 기준)보다는 높고 영국 1.78배보다는 낮다.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부담도 늘어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지급 비율은 작년 말 9.4%에서 올해 6월 말 9.8%로 상승했다. 가계 소득의 9.8%를 이자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의미다.
이 비율 역시 2004년 6.3%에서 2005년 7.8%, 2006년 9.3%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SC제일은행, 농협 등 6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를 대상으로 원리금상환부담률을 산출한 결과 작년 말 20.2%에서 올해 6월 말 20.7%로 높아졌다. 가계의 연간 가처분소득이 1000만 원일 때 207만 원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말 43.3%에서 올해 6월 말 45%로 증가해 미국(32.2%), 일본(22.5%)보다 높았다.
한은은 "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금융부채가 소득이나 금융자산보다 빠르게 늘어나 가계의 채무부담능력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소득수준보다 차입규모가 과다한 가계는 원리금 상환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능력도 고용사정과 가계수지가 나빠지면서 약화된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올 상반기 중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 늘었다.
●가계 빚 늘면 소비위축 우려
한은은 가계의 금융부채가 늘어나면서 소비지출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가계 빚이 늘면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리금 상환이 늘어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지출 활동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은 채무상환 능력 악화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신용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2008년 8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7%로 1%를 밑돌고 있으며 신용카드 연체율도 2%대 초반에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자산 가운데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예금·현금 비중이 44.3%로 미국(16.8%), 영국(26.3%)보다 높고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도 0.5%로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주택가격이 9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인 20% 가량 급락하고 고정이하여신비율(비우량 대출 비율)이 6.3%까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손실액은 4조 8000억 원이며 이는 지난해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10조 2000억원)의 절반 정도에 그쳐 은행의 경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