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맞아 1, 2일 전국 최대 기도처 중 한 곳인 경북 경산 팔공산 갓바위에는 3만여 명의 학보모가 몰려들어 수험생 자녀의 고득점과 건강을 기원했다. 갓바위 앞 광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고.밤새워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작은 사진은 갓바위부처를 전국에 처음 소개한 1962년 10월 2일자 동아일보. 팔공산=오명철전문기자 oscar@donga.com
해발 850m의 산봉우리 정상에는 밤새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새벽녘엔 찬 이슬이 내려앉고 한낮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하지만 절을 하는 신도들의 간절한 기도와 염불은 그칠 줄 모른다.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라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100일 기도는 물론 몇 년째 기도를 드리는 이도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 여 앞으로 다가온 2일, 전국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기도처 가운데 하나인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에는 자녀들의 건강과 고득점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준다'는 갓바위 부처의 영험함 때문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수험생 학부모(47)는 "아들이 몸 건강히 수능을 치르고 자신이 소망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며 3000배를 이어갔다. 대구에서 온 다른 학부모(52)는 "재수생 딸이 올해는 꼭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도록 100일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갓바위 관리사찰인 선본사 측은 "주말인 1, 2일 3만여 명의 인파가 다녀갔다"고 추산했다. 주지인 향적 스님은 "눈 비 속에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는 신도들을 볼 때면 경외감이 든다"고 말했다.
연간 600만 명가량의 참배객이 몰리는 갓바위는 수능철인 11월이 가장 붐빈다. 가파른 계단을 각각 1시간(대구 방면)과 30분(경산 방면)에 걸쳐 올라야 하지만 24시간 참배객이 이어진다. 한 낮에는 오르내리는 인파로 체증을 빚어 통행이 힘들 정도다.
사람들이 몰리자 선본사 측은 참배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도들의 공양미 가운데 매달 100가마를 복지관 등 불우이웃 시설에 기부하고 있다.
산 정상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자연석 화강암으로 조성된 갓바위 부처님의 정식 명칭은 '팔공산 선본사 관봉 약사여래불'. 보물 431호로, 전체 높이가 4m에 이르는 당당한 위풍과 자애로운 얼굴 표정, 어깨까지 내려오는 큰 귀가 인상적이다. 머리에 이고 있는 크기 1.8m, 두께 15cm의 갓 모양 자연 판석(板石) 때문에 갓바위 부처님으로 불린다.
대구 시민 중 일부 등산인과 무속인들 사이에만 알려졌던 이 불상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62년 10월 2일 동아일보 첫 보도를 통해서였다. 약사여래불로 병 치유에 효력이 있고, 머리에 쓰고 있는 판석이 학위 모자를 연상시켜 특히 입시에 효험이 있다는 입소문이 널리 퍼져나가면서 전국적인 기도처가 됐다.
팔공산=오명철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