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swap) 라인이 열렸다.
그동안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무려 2400억 달러로 세계 6위임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는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모든 불신이 사라졌다.
통화스와프 규모가 300억 달러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과 비교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이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77원이나 급락한 것은 그만큼 통화스와프 계약이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 FRB 원화 담보가치 인정은 한국 믿는다는 증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스와프 대상 통화에 원화가 포함됐다는 것은 FRB 대차대조표의 ‘자산 표시란’에 원화가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중앙은행이 담보를 받고 돈을 빌려줄 때는 신용도를 엄격히 따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FRB가 원화의 담보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은 한국이 믿을 만한 금융거래 대상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동성을 엄청나게 풀고 있는데, 그 유동성의 흐름이 결국 한국까지 닿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 대형 호재가 터지면서 관심을 못 받기는 했지만, 국내 내부의 불안 요소는 아직 남아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신성건설이 1차 부도 직전까지 몰렸었다는 뉴스가 장 마감 후 나왔기 때문에 이번주 초 주식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겹치면서 다소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적극적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과거 외환위기를 생각해 문제가 있는 기업은 곧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 정부의 대응 방법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강제적인 정책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빨리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지만, 지금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회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지원을 통해 살리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없애야 할 것’을 찾는 데 목적을 두는 것과 ‘살릴 수 있는 것’을 찾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 기술적 반등 예상속 차익매물로 탄력둔화 예상
이번주 주식시장은 지난주에 이어 기술적 반등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은행주의 실적 악화로 상승 탄력은 다소 둔화될 것이다. 기술적 반등의 목표치는 1,180 선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이 가치 대비 지나치게 떨어졌던 부분이 회복되고 나면 시장의 관심은 다시 경기침체와 실적 악화로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이번 주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이벤트는 경기침체의 골을 알 수 있는 미국의 고용 동향 발표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영국, 유럽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악화되기만 하는 경기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유동성 주입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통화량 증가는 결국 경기를 자극했다. 관건은 ‘돈이 언제 돌기 시작하느냐’인데, 지금까지 쏟아진 정책들의 규모와 강도를 볼 때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