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대선 두 후보 ‘적진’ 찾아 마지막 유세
AP “매케인 캠프 자체조사도 오바마에 4%P 뒤져”
전문가들 “승부는 이미 결정… 문제는 격차일 뿐”
적진 공략.
미국 대통령선거 막바지 유세에 들어간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빼든 마지막 카드다.
현재 판세대로라면 이미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오바마 후보로서는 공화당 텃밭까지 확보하겠다는 압승 전략인 셈이다.
반면 매케인 후보의 적진 공략은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에서 모두 이겨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배수(背水)의 진. 그는 2004년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던 펜실베이니아와 뉴햄프셔 주에서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일제히 오바마 후보가 3∼13%포인트 차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을 예고했다.
▽막바지 유세전=오바마 후보는 매케인 후보와 부시 대통령은 ‘쌍생아’에 가깝다는 비판을 계속하면서 “8년이면 족하다. 이제는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날 나온 딕 체니 부통령의 매케인 후보 공식 지지 연설도 공격의 소재가 됐다.
콜로라도 주 유세에서 그는 “진심으로 매케인 후보에게 축하인사를 보낸다”고 운을 뗀 뒤 “체니 부통령은 매케인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자신의 외교안보정책을 합친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을 아는 것 같다”고 조롱했다.
앞서 체니 부통령은 와이오밍에서 “악(evil)의 얼굴을 직면하고도 꽁무니를 빼지 않았던 존은 미국이 현 상황에서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이해하고 있는 바른 지도자”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주 유세에 나선 매케인 후보는 “막판 열기와 최근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를 볼 때 역전승의 고지가 보인다”며 “언제나 그렇듯 언론과 평론가들은 ‘매케인은 어렵다’고 말하지만 난 그 같은 전망을 뒤집어 왔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후보는 “미국은 현재 두 개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힘이 필요한데 오바마 후보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행정부는 우리의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세금을 올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유세가 펼쳐진 플로리다 주에서 지지자들은 “후세인이 아닌, 존 매케인(John McCain! Not Hussein)”을 연호했다. 후세인은 오바마 후보의 미들네임이다.
▽오바마 후보의 압승?=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오바마 후보의 일방적인 우세 흐름이 바뀌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별로 편차는 있지만 어느 한 기관도 매케인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
1일 일제히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CBS 13%포인트 △갤럽 10%포인트 △ABC·워싱턴포스트 9%포인트 △로이터·C-SPAN·조그비 5%포인트 △라스무센 5%포인트 등의 격차로 오바마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親)매케인 후보 성향의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도 47% 대 44%로 매케인 후보의 3%포인트 열세로 집계됐다. AP통신은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매케인 캠프의 자체조사 결과 역시 매케인 후보가 4%포인트 정도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텃밭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압승을 거뒀던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 조지아 등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거나 매케인 후보가 근소한 차로 우위를 보이고 있고 콜로라도, 뉴멕시코, 네바다 등은 오바마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 보인다.
게다가 이미 30개 주에서 시작된 조기투표 역시 오바마 후보가 6 대 4의 비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승부는 결정이 났다. 문제는 격차다”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매케인 후보의 마지막 희망=매케인 후보 측은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표심 변화와 ‘브래들리 효과(백인 유권자들의 흑인 후보에 대한 이중적 투표 행태)’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승자독식’이라는 미국 선거제도의 특성상 국민투표에서 뒤지고도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앞선 2000년 부시 후보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조사기관별로 부동층의 비율은 7∼14%로 집계되고 있지만 부동층 중에는 백인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