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위치추적 미리 알고
조계사에 전화기 놔둔채 탈출
지난달 29일 조계사를 탈출해 잠적한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 상황실장 등 6명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하다. 경찰 일각에서는 “수배자들의 조계사 탈출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6명의 수배자는 숙소로 사용하던 조계사 내 한국불교문화역사박물관 지하에 휴대전화를 놓아둔 채 초하루 법회로 혼잡한 조계사 경내를 빠져 나갔다.
경찰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추적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전화기를 놓고 나간 것이다. 경찰이 수배자들의 조계사 탈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도 휴대전화 위치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3개조로 교대 근무를 하던 경찰의 교대시간도 정확히 알고 교대하는 틈을 타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몇몇 수배자는 수배 생활이 처음이 아닌 탓에 경찰 수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 수배자들은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 대해 이 관계자는 “조계사 경내에 경찰이 직접 들어가 감시를 할 수는 없다”며 “그 외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지켜보고 있었지만 수배자들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빠져나가 손쓸 틈이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찰은 수배자들의 행적을 쫓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이들은 가족 및 지인 주변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 이 와중에 한 언론이 지난달 30일 박 상황실장을 인터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경찰은 수배자들이 경찰의 접근이 어려운 학교나 종교 시설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서울 도심의 한 사찰에 모여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는 등 이들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으로 보고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9일 열리는 전국 노동자대회에 몇몇 수배자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