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항법장치엔
왜 4개의 신호가 필요할까
내비게이션(navigation·위성항법장치(GPS)가 내장되어 지금의 차량 위치, 목적지까지의 최단거리 등을 표시해주는 장치)은 몇 년 사이에 운전자들의 필수품이 됐다. 이제는 모르는 곳을 가기 위해 지도책을 뒤지고, 표지판을 계속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일지라도 쉽게 목적지에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내비게이션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대해 생각해보자.
내비게이션의 모든 기능이 작동하려면 ‘나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바로 이 일을 GPS가 담당하고 있다. 지상 2000km의 궤도상에서 24개의 GPS 위성이 발사하는 전파를 지상에서 수신하여 차량 내부에 장착한 모니터에 차량의 위치나 목적지까지의 최단거리 등을 표시해주는 것이다. 이런 GPS는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했다. 공식 명칭은 ‘NAVSTAR GPS’로 무기 유도, 항법, 측량, 지도 제작, 측지 등 군용 및 민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GPS 위성도 미국 공군 제50우주비행단에서 관리한다. 이들이 노후 위성을 교체하고 새로운 위성을 발사하는 등 유지, 연구, 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연간 약 7억5000만 달러. 그러나 GPS는 전 세계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엄청난 비용을 들이면서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니!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기에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일까? 사실 인공위성에서는 간단한 정보만을 송출한다. 내비게이션은 그 신호를 받고 분석해서 내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자. 인공위성이 어떤 정보를 송출하기에 내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일까?
GPS용 인공위성은 지구 상공에 골고루 퍼져 있다. 이 인공위성들은 자신의 위치 정보와 인공위성 내에 있는 정밀한 시계를 이용한 시간 정보, 이 두 가지를 송출할 뿐이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원리가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지진 발생 시 진원의 위치를 파악하려면 최소 3개의 지진 관측소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PS시를 통해 관측소에서 진원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고, 그것을 통하여 진원의 위치를 찾는다. 2개의 관측소에서의 거리만 안다면 각각의 관측소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두 개의 구가 겹치는 점은 원이 된다. 따라서 최소 3개의 관측소에서의 관측을 통해야 한 개의 점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GPS로 나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최소 4개의 신호가 필요하다. 왜일까?
그것은 내비게이션 시계의 정확도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에도 인공위성과 같은 정밀도의 시계(원자시계)가 장착되어 있다면 3개의 신호로도 충분히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에 이런 시계를 장착할 수는 없다. 100만분의 1초 의 오차만 발생하더라도 무려 300m의 오차가 생긴다(정보는 빛의 속도로 전송되므로 의 오차로 나의 위치를 알아내더라도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시간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최소 4개의 신호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자세히 생각해보자.
머릿속에서 입체공간에서의 위치 결정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시간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경우에는 ‘단순화’를 해보자. 3차원이 복잡할 때에는 2차원 혹은 1차원에서 원리를 파악하면 좋을 것이다. 즉 우리는 수직선상에서 문제를 생각해보자.
우선 A만 신호를 받았다고 하자. A가 보낸 신호에는 A의 위치와 현재 시간의 정보만이 있다(참고로 신호는 초속 10의 속도를 가진다고 하자).
A의 위치 좌표: -110, 시간: 13시 00분 00초
이것으로는 나의 위치를 결정할 수가 없다. 나에게는 정밀한 시계가 없기 때문에 실제 시간과 1초의 오차가 있더라도 큰 오차가 발생한다. 따라서 B로부터의 정보도 필요하다.
B의 위치 좌표: 100, 시간: 13시 00분 01초
이렇게 된다면 나의 위치가 결정된다. 아래의 해설을 읽기 전에 위치 결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A로부터의 정보를 받았을 때 나의 시계가 13시 00분 9초라고 하자. 그렇다고 나의 위치가 ‘-20’인 것은 아니다. 나의 시계는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B로부터의 정보가 5초 후에 도착했다면 나의 위치를 구할 수 있게 된다. B의 신호가 도착했을 때 나의 시계는 14초이다. B의 위치가 110이고 신호가 00초에 보냈다고 바꿔서 생각을 하자. A와 B 사이의 거리는 220이 되고 각각의 신호는 5초 차이로 나에게 도달했다. 따라서 나의 위치는 A, B의 중점에서 A에 2.5초만큼(거리로는 25) 가까운 것이다. 따라서 나의 위치는 -25로 결정된다.
안성환 ㈜엘림에듀 집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