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1일 대원중과 영훈중을 국제중학교로 지정해 고시함에 따라 내년 3월 개교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신입생 선발방식이 ‘추첨’에 가까워 ‘글로벌 인재를 조기 발굴해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비롯해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세력에 밀린 탓이다. 오죽하면 ‘로또 전형’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교육청은 당초 ‘학교 자율선발’에서 1단계 서류전형-2단계 개별면접-3단계 무작위 추첨으로 후퇴했다. 이 과정에서 학업능력과 영어를 평가하는 면접시험을 금지했다. 서울시교육위원회가 한때 설립동의안을 보류하자 ‘보완 대책’이라며 자기소개서와 집단 면접도 전형에서 빼버렸다. 명색이 국제중인데 지원자의 영어능력은 검증해 보지도 않고 거의 추첨에 의존해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론 국제중 본래의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다. 공 교육감은 ‘평준화 보완’과 ‘국제중 신설’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그럼에도 혼자 결정해도 될 사안을 굳이 서울시교육위원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공을 넘겼고, 서울시교육위는 15명의 위원 중 12명이 보수 성향의 인사인데도 동의안 통과를 한 차례 보류했다. 모두 소신도 없이 여론의 눈치만 살핀 탓이다. 심지어는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국제중 입시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자율선발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 또한 ‘서울시교육청 소관사항’이라며 수수방관했다. 그 결과가 이처럼 어정쩡한 입시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권과 차별되는 수월성 교육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첫 단추’도 제대로 꿰지 못한 셈이 됐다. 이래서야 ‘평둔화(平鈍化) 교육’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라는 작업을 남은 임기 내에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공 교육감은 보수성향의 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으로부터도 퇴진 요구를 받기에 이르렀으니 과연 누구를 위한 국제중 설립 추진이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