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가 사무총장, 김태호 경남지사에 “준비-진행 만족” 표시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개막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Ramsar COP 10)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총회 폐막은 4일.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총회는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총회 결의사항을 담은 ‘창원선언문’ 발표, 차기 개최지 확정도 임박했다.
▽최대 규모, 최고 시설=“퍼펙트(완벽)하다.” 아나다 티에가 람사르협약 사무총장은 최근 김태호 경남지사에게 “총회 준비와 진행이 만족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150여 개국에서 2000여 명(일일 방문객 포함해 40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총회는 역대 최대 규모. 개막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유엔환경계획, 세계자연보전연맹 등 국제 환경기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개막식에서 역대 총회 개최국 어린이들이 단상에 올라 “말보다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의 지구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라는 등의 메시지를 전달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외국 참가자들은 “총회장인 CECO의 시설과 안전관리도 수준급”이라고 입을 모았다. CECO와 숙박 및 회의시설인 시티 세븐 풀만호텔의 연계도 매끄러워 참가자들이 편리했다.
부대행사로 열린 경남예총의 한국전통문화마당과 녹색성장 홍보관, 한국문화전시체험도 국내외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환경부, 경남도, 창원시 공무원은 물론 자원봉사자 250여 명도 ‘큰 일꾼’이었다.
▽다양한 의제=‘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습지와 관련된 많은 의제들이 다뤄졌다. 공식 의제는 32개.
논 습지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논을 단순한 쌀 생산기지로 간주하지 않고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로 재평가한 계기가 된 셈.
람사르 등록 습지를 현재 1800여 곳에서 2014년까지 2500곳으로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원인에 대해서는 철새가 관련이 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반박이 부딪쳤다. 물새 비행경로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 증진방안도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3년 주기인 총회를 4년으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현행 방식대로 하기로 했다. 탄소중립선언과 탄소상쇄기금 모금도 돋보였다.
총회 폐막에 맞춰 발표될 창원선언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초미의 관심사. 명칭은 ‘인류복지와 습지에 대한 창원선언문’이며 전문과 권고문, 부속서로 구성된다. 람사르사무국 관계자는 “창원선언문은 향후 실천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결의안 형태로 채택되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옥에 티’…남은 과제는=행사를 준비한 환경부와 경남도, 창원시, 대행업체 등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아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도 효율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총회준비단에서도 “각각의 결재라인을 거쳐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대규모 국제행사의 경우 ‘조직위원회’ 등 임시 총괄사령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총회장 주변에 통역이 배치됐으나 한꺼번에 몰려든 외국인을 소화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시아태평양 지방자치단체 연합체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난달 30일 심포지엄을 열고 ‘창원선언문’을 채택하는 바람에 총회에서 채택될 선언문과 혼선을 주기도 했다.
총회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마찰이 잦았다. 주최 측은 “국제회의는 사전 등록자가 아니면 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무국과 협의해 ‘하루 출입증’을 발급했고 공식회의가 없던 2일은 총회장을 개방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총회기간 내내 행사장 주변에서 회견과 퍼포먼스를 열었다. 마산 창원 진해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으나 이는 허구일 뿐”이라며 “람사르 정신에 맞게 연안매립 중단과 대운하 포기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