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발행하는 월간바둑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올해의 우수잡지’에 뽑혔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월간바둑 구 모 편집장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다.
옛 추억이 HD고선명 영상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때는 90년대 중반. 바둑에 흠뻑 빠져있던 나는 늦장가 든 돌쇠마냥 매일 바둑을 들여다보며 살았다.
순전히 월간바둑 과월호를 뒤져보기 위해 도서관을 출입했고, 3개 신문의 관전기를 오려 노트에 붙여 놓는 게 낙 중 하나였다.
용돈을 모아 거금 12만원인가를 주고 종로에서 난생 처음으로 다리가 달린 바둑판을 샀다. 기름을 먹이면 좋다고 해서 하루에 세 번씩 헝겊에 식용유(!)를 묻혀 닦았고(물론 얼마나 무지한 행위였는지는 곧 알게 되었다), 빈티지 판을 만든답시고 돌 자국을 내기 위해 일부러 있는 힘껏 판을 두들겨 댔다.
그러다 월간바둑에 입사했다. 나의 일상을 지켜보던 친구 한 놈이 대신 입사원서를 가져다주었다.
입사기준 중 하나가 ‘3급 이상 기력 요망’이었다. 당시 7급 수준(그나마 입사 후 두 자릿수 기력이란 것이 판명되었다)이었던 나는 그저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이력서에 ‘7급’이라고 써서 제출했다.
11월의, 유난히 따뜻했던 초겨울 오후에 홍익동 4거리 공중전화에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이래저래 해서 바둑일을 하게 됐다고.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불과 두 달 전 허락도 없이 바둑판을 사들고 왔다고, ‘바둑으로 밥 벌어 먹고 살 거냐’하고 꾸중하셨던 아버지셨다.
월간바둑이 상을 받는다니 이 몸이 받는 것처럼 기쁘다.
구모 편집장은 입사 당시 바로 위의 ‘사수’였던 선배이다. 한 잔 얻어먹을 생각을 하니 더욱 기분이 훈훈해진다.
백1은 이영구가 크게 후회한 수. 백1로 하나 밀고 젖혀야 했다. 흑2가 워낙 좋은 수가 됐다.
흑20은 손 뺄 수 없다. 백2로 치중당하면 흑이 잡힌다. 백은 4로 넘어갈 수 있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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