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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은 넘치는데 축구장은 반쪽…희망은 있죠”

입력 | 2008-11-03 09:01:00


1년차 초짜감독의 소회

4년 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로2004를 취재할 당시 만난 황선홍은 학구열에 불타 있었다. 영국에서 축구 유학을 하던 중 선진 축구를 직접 보겠다며 리스본으로 넘어온 그는 순전히 ‘학생’이었다. 스스로 밥을 해먹으면서 유럽 축구를 섭렵했다. 풍부한 경험에 선진 이론을 접목시켜 최고의 지도자로 성공해보겠다는 굳은 결의를 들은 때가 바로 4년 전이다.

그런 황선홍은 지난해 말 정식으로 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특히 부산은 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첫승은 물론 4강 신화를 이루는 초석을 이룬 곳이어서 황 감독으로서는 더욱 뜻이 깊었다.

이후 1년. 초보 감독의 감회는 어떤 것일까. 서울과의 홈경기 최종전이 벌어진 2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만난 황 감독은 “1년간 시련은 많았죠. 그런데 그것이 끝은 아니었어요. 새로운 희망을 봤다는 것이 1년간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라며 한 시즌을 결산했다.

“하루 이틀에 바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선수시절엔 나 하나만 돌보면 됐고, 코치가 되면 선수들을 돌보면 되지만, 감독은 또 달라요. 모든 결과를 받아들여야하고 팀을 정비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릅니다.” 이제 감독 생활에 적응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그는 부산 관중이 적은 것이 감독의 책임이라고 털어놓았다. “롯데 야구단에는 관중이 많죠. 그런데 축구장이 이렇게 한산할 줄은 몰랐습니다. 구단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좋은 성적을 남기고 좋은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팬들을 끌어들이는 길이 아닐까요.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1년이란 시간은 황 감독을 책임감의 사나이로 바꿔놓았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제가 알고 있는 이론을 실제 접목하려니까 힘들었어요. 선수들보다는 제 잘못이죠. 하지만 1년간 좋은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도 찾았지요.”

2일 선두 서울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던졌다. “홈에서 상대에게 축포를 터뜨려주는 것이 싫었죠. 게다가 서울은 최근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었는데, 묘한 승부욕 같은 것이 발동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해 한 2년 정도 있으면 훌륭한 팀이 될 것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 감독이 있기에 부산의 미래는 밝다고 하겠다.

부산=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