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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구성중 2년 박현지 양

입력 | 2008-11-04 02:54:00


“인생의 목표 세우니 의지가 불끈… ‘만족’은 공부의 적”

‘내 성적표가 맞나?’

경기 용인시 구성중학교 2학년 박현지(사진) 양은 올해 5월에 1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확인한 뒤 눈앞이 깜깜해졌다. 1학년까지 반 5등 안팎을 유지하며 전교 529명 중 80등 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던 성적이 2학년 첫 중간고사에서는 반 13등, 전교 144등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거란 박 양의 기대는 2학년 첫 시험에서 물거품이 됐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박 양은 성적표를 펼쳐놓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문제는 학습 멘터 역할을 담당했던 아버지로부터의 ‘공부 독립’에 있었다.

○ ‘홀로서기’ 실패…전교 60등 하락

박 양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아버지의 철저한 관리·지도 아래 공부했다. 박 양의 아버지는 “예습할 땐 목차를 먼저 읽고 공부할 단원의 큰 제목, 작은 제목, 학습목표까지 읽는다” “취약 과목인 수학은 교과서를 3번 정독한 뒤 문제집을 푼다” “사회, 과학은 주말을 이용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는 식으로 꼼꼼하게 공부 방법을 알려줬다.

시험기간이 되면 학교 기출문제는 물론 인터넷을 검색해 인근 학교의 기출문제까지 뽑아 풀게 했다. 어떤 과목을 언제, 몇 시간 동안 공부할지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버지의 몫이었다. 매일 저녁 문제집 검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2학년이 된 직후 아버지는 공부의 주도권을 박 양에게 넘겼다. 박 양은 혼란에 빠졌다. 어떤 과목을 먼저 공부 할지, 어떤 문제집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예전처럼 학습 계획을 세워 공부했지만 엄격한 감시가 사라지자 책상에 앉아 시간만 채우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홀로서기 이후 박 양의 첫 시험성적은 ‘중위권’으로 하락했다. 중간고사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공부 시간을 더 늘렸지만 학기말고사 성적도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성적이 떨어지자 학습에 대한 의욕도 사라졌다. 박 양은 “책상 앞에 앉아도 공부보다 낙서에 열중할 때가 많고 왜 공부를 하는지, 학교엔 왜 다녀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2학년 1학기 동안 박 양의 심리적 방황은 계속됐다.

○ 성공적인 ‘공부 독립’… 전교 80등 상승

박 양이 다시 공부에 열의를 갖게 된 건 꿈을 구체화하면서부터다. 의사가 돼 가난한 나라에 의료 봉사활동을 다니겠다는 포부를 글로 써 책상 앞에 붙이고 나니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공부에 대한 의지가 솟아올랐다.

박 양은 ‘자기 암시법’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였다. 공부하기 전엔 약 5분간 눈을 감고 그날의 학습계획을 머릿속에 떠올린 뒤 ‘오늘 공부한 내용은 모두 내 것으로 만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학습 계획도 실천 가능성을 고려해 하루 세 과목을 넘지 않도록 했다. 공부시간은 한 시간 단위로 잡고 쉬는 시간은 학습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5분을 넘기지 않았다.

스스로 상벌제도도 만들었다. 박 양은 정해진 시간 내에 계획한 학습량을 마치지 못하면 휴식시간에도 쉬지 않고 공부했다. 반면 문제집에 나온 문제를 다 맞히거나 예정보다 일찍 공부를 마쳤을 땐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으며 자기 보상을 했다. 박 양은 “약간 긴장한 상태에서 공부해야 집중이 잘 되고 공부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부는 3단계로 나눠 했다. 1단계는 교과서 정독이다. 교과서를 천천히 읽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눈에 띄게 표시해 놓거나 책 아래 모서리 부분을 접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문제집 요점정리를 참고하며 두 번 더 교과서를 정독하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학교 교사 또는 학원 강사를 찾아가 물어봤다.

2단계는 핵심 암기다. 교과서 내용과 문제집 요점정리를 ‘나만의 언어’로 다시 짧게 요약한 뒤 암기했다. 특히 사회, 과학 과목은 어떤 내용에 어떤 표와 그림이 나왔는지 해당 페이지까지 통째로 외웠다. 교과서 목차를 보며 외운 내용을 설명하듯 말해보면서 미흡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했다.

마지막 3단계는 문제 풀이다. 단원당 100문제 이상의 문제를 풀며 실전 감각을 키웠다. 문제는 교과서 연습문제로 시작해 참고서 문제, 학교 기출문제 순으로 풀었다. 문제를 다 푼 뒤에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시험 직전에 활용했다.

박 양은 시험 3주 전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해 시험 2주 전부턴 학원에 가지 않고 복습과 암기에 주력했다. 매일 잠들기 전엔 일기를 쓰며 하루 학습에 대한 반성도 잊지 않았다. 박 양의 ‘공부 독립’을 위한 노력은 2학기 중간고사 반 3등, 전교 60등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박 양은 “5∼6시간 이상 공부하거나 문제집에서 한두 개 틀렸을 때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기 쉽지만 이런 만족감은 공부의 가장 큰 적”이라며 “높은 목표를 세우고 공부해야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