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비)는 부정을 표하며 ‘아니다’에 해당한다. 새가 날아 내릴 때 역방향으로 드리운 두 날개의 모습을 본떴다. 본뜻은 어긋나거나 違背(위배)함이다. 是非(시비)처럼 바르지 않음이나 잘못 또는 非難(비난)하다의 뜻도 있다. 非一非再(비일비재)는 한두 번이나 한두 가지가 아님, 非夢似夢間(비몽사몽간)은 꿈이 아닌 것도 같고 꿈같기도 한 어렴풋한 동안이나 그런 상태이다.
行(행)은 왼발과 오른발의 걷는 모양을 나타냈다는 설, 네거리 모양의 갑골문이 변했다는 설이 있다. 가다 또는 행하다의 뜻이다. 행실이나 품행을 뜻하기도 한다. 行列(행렬)은 줄지어 가다 또는 그 줄, ‘항렬’로 읽으면 같은 혈통간의 代數(대수) 관계를 가리킨다.
之(지)는 지시대명사로 타동사인 行(행)의 형식적인 목적어로 쓰였다. 끝내다의 뜻인 終(종) 뒤에 쓰인 것도 마찬가지이다. 之(지)는 본래 앞으로 향한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로 가다의 뜻이 있다. 뒤의 斯(사)는 지시대명사로 ‘이것’이나 ‘이’에 해당한다. 斯界(사계)는 이 경계, 즉 해당되는 어떤 분야나 사회를 가리킨다. 본래는 도끼를 본뜬 斤(근)이 의미요소이며 쪼개다의 뜻이다.
難(난)은 새의 일종인데 그와 무관하게 흔히 어렵다는 뜻으로 쓰인다. 쉽다는 뜻의 易(이)와 상대적이며, 어렵게 여기다 또는 어렵게 만들다의 뜻도 있다. 災難(재난)의 뜻과 詰難(힐난)처럼 꾸짖다의 뜻도 있다.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아는 것을 실행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실행이 어렵다지만 그래도 잘 시작하는 이는 적지 않다. 다만 그것을 끝까지 해내는 이가 드물 뿐이다. 최종적인 성공으로 이름을 남긴 이가 적은 것이 당연한 까닭이다. 唐(당) 吳兢(오긍)의 ‘貞觀政要(정관정요)’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