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미국과 프랑스 와인을 두고 라벨을 가리고 시음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있었다. 이 행사는 프랑스가 미국 와인의 코를 납작하게 하려고 한 자리였지만 미국산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이 모두 1위를 차지해 와인업계를 놀라게 했다. ‘파리의 심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 이후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 와인이 대거 떠올랐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인 미라클’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와인을 둘러싼 사랑과 열정을 다뤘다.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와이너리. 전직 변호사인 짐 바렛과 인생 목표가 없어 보이는 아들 보는 ‘파리의 심판’ 때 1위를 한 화이트와인인 샤토 몬텔레나에 대한 열정으로 와이너리를 꾸려간다. 파산 직전인 이들에게 파리의 와인업자 스퍼리에가 찾아온다. 그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미국과 프랑스 와인의 대결을 구상하고 있다.
이 작품의 재료는 흥미로우나 ‘숙성’이 덜 됐다. 부자의 갈등과 화해, 동료 간의 갈등과 우정, 파산 직전에서 재기하는 아메리칸 드림 등 익숙한 공식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영화의 완성도보다 광활한 캘리포니아의 구릉에 펼쳐진 포도밭과 매 장면 등장하는 갖가지 와인이 눈을 즐겁게 한다. 스퍼리에 역을 맡은 앨런 릭먼이 와인 잔에 큰 코를 벌름거리며 테이스팅하는 장면에서는 그 와인의 맛과 향이 전달되는 듯하다. 후일담이지만 ‘파리의 심판’ 30년 뒤인 2006년 재대결에서도 캘리포니아 와인이 승리했다.
▽추천 대상 △와인은 역시 프랑스가 최고라고 고집한다면 △만화 ‘신의 물방울’을 재미있게 본다면 △복잡하거나 어두운 작품은 사절이라면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