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감성마을 작업실 녹음현장
발음 틀리자 “다시…”
“흐흐흐, 거참 힘드네”
10월 29일 밤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 이외수(62) 씨의 집 안. 노래방 기기와 방음 시설이 갖춰진 간이 스튜디오에 흰 스웨터 흰 바지 흰 양말 차림의 이 씨가 DJ로 변신해 마이크 앞에 앉았다. 잠시 후 컬컬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오늘 하루 육회, 아니지, 유쾌하셨습니까. 다시 할게요. 오늘 하루 유쾌하셨습니까. 이외숩니다. 흐흐흐 거참, 발음하기 힘드네.”
13일 처음 방송된 MBC 표준FM(95.9MHz) ‘이외수의 언중유쾌’(월∼금 오후 9시 35분)는 이 씨의 집에 설치된 방송용 음향장치, 마이크, 전화기, 헤드폰으로 제작된다. 이 씨는 이를 이용해 하루 전이나 당일 사전 녹음을 한다. 방송 초기여서 MBC 라디오 이순곤 부장과 김신욱 작가가 자주 들러 점검하고 있다.
이 씨는 상담코너 ‘고민은 나누고 궁금증을 풀고’에 들어온 청취자들의 질문지를 보다가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녹음 도중 마이크를 끈다. 태어날 아기는 물론 심지어 강아지 6마리의 이름까지 지어 달라는 작명 고민이 쇄도했던 것. 그는 “이참에 아예 이름 짓는 법을 방송에서 강의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어느새 그는 PD와 기자에게 작명 강의를 이어 갔다. “이름 자체에 기운이 있어 발음이 강하면 안 돼요. 무성음보다는 유성음을 많이 써야 듣기 좋고 부르기도 좋고….”
▲ 영상 취재 : 염희진 기자
칼럼, 인물, 상담코너로 구성되는 방송 중 이 씨가 자신 있는 코너는 상담이다.
“산전수전 공중전에 ‘네티전’(댓글 싸움)까지 겪어본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란다. 이 코너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위층 애들이 시끄러워서 못 참겠다’ ‘아줌마인데 살 빼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 등 온갖 질문이 들어온다.
아직 강의용, 연설용 어투를 버리지 못해 고민이라는 이 씨는 몇 달간의 적응기를 마치면 자연의 소리를 방송에서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소설을 쓰고 또 고치는 습벽을 버리지 못한 것처럼 녹음도 수차례 가다듬기를 반복했다. 결국 끝난 시간은 오전 3시. 그는 “아직 적응이 안 된다”는 헤드폰을 벗으며 혀를 내둘렀다.
“나, 소설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줄 알았더니 더 어려운 게 있었어.”
화천=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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