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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가정신은 위기에 더 빛난다

입력 | 2008-11-04 02:54:00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경제 5단체가 주최한 ‘제1회 기업가정신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후배 기업인들의 분발을 주문했다. 한국이 정치 사회적 격동을 겪으면서도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데는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함께 창의와 열정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기업인들의 공이 지대했다.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씨 같은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한국이 반도체 철강 조선 같은 핵심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고도성장기가 지나면서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것도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기업가정신이 퇴색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사회 일각에 팽배한 반(反)기업 정서도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기업의 역할을 폄훼하고 기업의 사소한 잘못을 부풀리는 풍조에다 합리가 통하지 않는 노사관계로 인해 기업인들이 경영의욕을 상실한 것이다. 물론 기업인 스스로도 부동산이나 금융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데 재미를 붙여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통해 기업의 실력을 키우는 데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며 기업과 기업인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왔다. 기업 경영의 각종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고, 비판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기업인에 대한 파격적인 사면 조치도 단행했다. 기업이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살찌우는 데 앞장서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화답해야 할 차례다. 이 정부 출범 후 재계는 기회 있을 때마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런 다짐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됐는지는 의문이다. 경제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위기 돌파의 선봉은 생산과 투자의 주체인 기업이 맡아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위기를 이겨낸다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도 높아질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센 파고 앞에서 움츠러든 기업인들은 허허벌판에서 맨주먹으로 철강 신화를 일궈낸 원로의 고언(苦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