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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축구경기 관람사진’ 꼬리무는 의혹

입력 | 2008-11-04 02:54:00


왜 축구장?
거동 불편한 金위원장
노출 최소화 궁여지책

연출됐나?
먼산 단풍 잘 찍으려다
수행원 얼굴 검게 나와

북한 언론이 2일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축구 경기 관람 사진이 그의 통치행위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사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는 3일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구도가 북한 사진답지 않고 내용이 너무 자연스러워 역설적으로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변 기자는 북한 언론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찍은 이른바 ‘1호 사진’을 분석해 지난해 북한대학원대(옛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올해 ‘김정일.JPG’(도서출판 한울)를 펴낸 김정일 사진 분석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자리에 앉아 웃고 있는 사진은 일반적인 ‘1호 사진’과 다르다는 것.

그는 “‘1호 사진’은 북한의 역사여서 누가 함께 등장하는지가 북한 내부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수행원들의 얼굴이 검게 보이는 것은 최근 사진이라는 증거인 먼 산의 단풍을 찍기 위해 노출 값을 외부 배경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언론은 김 위원장이 ‘제11차 인민체육대회 폐막과 관련하여’ 경기를 관람했다고 밝혀 사진이 대회 기간인 10월 17∼31일에 촬영됐음을 시사했다.

변 기자는 또 김 위원장이 서서 간부들에게 훈시하는 사진에서 간부들이 수첩과 필기구를 들고 있지 않고 모두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것도 과거 사진에 비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변 기자는 “실제 상황이 아니고 갑자기 연출하다 보니 나온 장면인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앉아 있는 사진은 그의 얼굴 왼쪽을, 서 있는 사진은 얼굴 오른쪽을 공개해 뇌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사진정치’의 배경으로 지난달 4일에 이어 축구경기장을 선택한 것은 불특정 다수의 군인이나 공장 직원들에게 거동이 불편한 김 위원장의 모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