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기는 먹지 마라? ―육식 터부의 문화사/프레데릭 J 시문스 지음/돌베개
《“육류 식품에 대한 금기는 그것이 존재하는 문화-문제되는 동물에 대한 인식, 그 동물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역할, 인간과 신의 관계, 제례적인 순수성이나 불결성 및 이와 유사한 문제들-를 반영한다. 따라서 한 개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그런 남녀의 육류 식품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인도인, 굶어죽어도 왜 소 안먹을까
왜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까. 인도는 해마다 기근으로 수많은 이가 굶어죽으면서도 왜 소는 잡아먹지 않을까. 남부 아프리카에 사는 반투족이 어류가 풍부한 강 유역에 살면서도 생선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 건 무슨 연유일까.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지리학과에 몸담고 있는 저자가 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육식 터부의 근원을 밝혀보는 글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말고기 등의 육류와 생선을 금기시하는 세계 각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육식에 대한 터부나 금지는 평생 지속되는 게 있는가 하면 특정 시기나 특정 상황의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있다. 상(喪)을 당하거나 질병이 심할 때, 종교적 금식일에 금지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그렇다.
특정 식품을 다른 식품과 함께 요리하거나 먹는 경우에만 금기가 발효되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 마사이족 전사의 식단엔 고기와 우유, 피밖에 없다. 하지만 결코 고기와 우유를 같이 먹진 않는다. 에스키모는 해산물과 육지에서 나는 음식 재료를 섞지 않는다.
육식과 관련된 다양한 풍습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즐겨먹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자신이 먹는 육류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적당하며, 맛과 영양가가 훌륭할 뿐 아니라 건강상으로도 위험이 없다는 것. 즉, 영양학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합리적인 식품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으로 인류의 육식 습관을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라고 본다. 영양학 상 고기가 풍부한 단백질 섭취원이기 때문에 즐긴다면 뱀이나 지렁이는 왜 즐기지 않을까. 경제적인 요인을 보자면 중국인들이 곰발바닥 요리나 제비집 요리 등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도의 돼지고기 기피도 종교 때문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사실 중동 지역 역사를 조사해 보면 돼지고기를 먹지 않은 건 이슬람이 전파되기 훨씬 이전이다.
힌두교도의 쇠고기 기피는 많은 학자가 경제적 요인을 거론하지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종교가 발휘한 영향력을 가장 핵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육류 터부는 경제와 환경, 종교, 관습 등 여러 측면이 복합적으로 관련돼 있다. 영양이나 경제적인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저자가 볼 때 이 모든 육식 터부의 문화는 “건강 및 행복의 유지라는 강력하고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가 식사 습관의 근저에 깔려 있다”고 파악한다.
저자의 말처럼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인류 문화의 맥락 속에 종교 도덕 위생학 생태학 경제의 모든 요인이 이룬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된다. ‘이 고기는…’은 어떤 주장보다 현장을 중계하듯 세계 각지의 다양한 육류 터부의 문화 및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