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올해 프로로 전향하는 KEPCO45(한국전력)는 예상대로 독일 프로배구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문성민(22·VfB프리드리히샤펜)을 1순위 지명했다. 3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08-2009 프로배구 남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문성민은 전체 22명 중 1라운드 1순위로 KEPCO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올 시즌 프로로 갓 전환한 KEPCO가 문성민을 지명하지 않을 경우, 1라운드 2-5순위 지명권을 가진 신생팀 우리캐피탈이 낚아 챌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KEPCO는 1라운드 1순위를 비롯, 2라운드 1-3순위를 지명할 수 있었지만 2라운드까지 문성민이 리스트에 남아있을 리 없었다.
실제 내년에나 V리그에 정식 참가할 우리캐피탈은 202cm 센터 신영석(22)과 세터 황동일(22·이상 경기대), 2005년 청소년대표 출신 레프트 최귀엽(22·인하대) 등 대어급 신예들을 싹쓸이했다.
3라운드 2순위와 수련생 한 명을 지명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모조리 우리캐피탈이 뽑아 영입할 선수가 없다”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고, 우리캐피탈의 우선 지명권에 대해 반대하던 대한항공은 한 명도 뽑지 않으면서 불쾌감을 간접 시사했다. KEPCO도 마찬가지. 대학 4학년 재학 중 독일로 떠난 문성민에 대한 향후 5년간 배타적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실리는 없다. 문성민이 5시즌 내 국내 복귀를 하지 않으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 된다. 이 경우, 문성민은 다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공정배 KEPCO 감독은 “뽑아놓고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 (문)성민이 선발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KEPCO 관계자도 “대체 누구를 위한 드래프트인지 모르겠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너무 우리캐피탈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