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 군마, 후쿠시마 등 3현(縣)이 만나는 해발 1400∼1700m 고지대에는 화산 분출이 만든 고원 습지인 ‘오제(尾瀨)습지’가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댐과 도로 건설로 사라질 뻔한 이곳을 980여 종의 희귀동식물이 사는 생태박물관으로 가꾸어 매년 65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인공 시설물이라고는 긴 나무판을 수십 km 이어 붙여 늪 위에 길을 낸 목도(木道)와 관찰용 데스크가 전부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했다. 오제습지 인근 가타시나 마을은 인구 6000명에 불과한 소읍(小邑)이지만 관광수입으로 가구당 연간소득이 4억 원이나 된다.
▷호주 와인 제조회사 하디 와인사(社)는 1994년 머리 강 인근 밴록스테이션 습지를 사서 포도를 재배했다. 펠리컨 같은 토종새 150여 종이 사는 과수원은 매년 관광객 10만 명을 불러 모은다. 생태관광지를 이용한 청정(淸淨) 이미지 마케팅으로 와인 판매 수익도 높아져 일석이조(一石二鳥)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생태관광 산업은 세계 관광시장의 7%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10∼20% 증가라는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준다. 국제생태여행협회에 따르면 북미, 중미에는 습지 철새 관찰이 취미인 사람이 6000만 명이 넘고 탐조(探鳥)에 매년 200억 달러를 쓴다.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인 중남미 코스타리카에서 여행객 한 명이 쓰는 돈은 1000달러로 프랑스 관광객(평균 400달러)의 2.5배라는 연구보고도 있다.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내건 10차 람사르총회가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경남 창원에서 막을 내렸다. ‘인류의 복지가 습지에 달려 있다’는 주제 아래, 논이 쌀 생산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라는 ‘논 습지 결의안’을 포함한 ‘창원선언’이 채택됐다. 규모와 내용 면에서 총회의 질을 10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포늪과 순천만이 국제습지의 ‘스타’로 떠오른 것도 큰 성과다. 람사르총회 기간에 우포늪을 찾은 관광객은 45만 명에 이른다. 갈대와 철새, 갯벌이 어우러진 순천만의 지난 주말 관광객도 30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냈다.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주민 소득을 높이는 생태관광이 뜨고 있는 것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