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경기 지역 한 고교의 사회과 교사는 일부 학생이 자주 지각을 하자 ‘도저히 안 되겠다. 강력한 체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한 ‘체벌’은 시(詩) 외우기.
지각할 때마다 시를 한 편 외운 뒤 집에 가기 전에 교무실에서 암송하도록 했다. 그 교사는 “지각할래? 시 외울래?”라고 묻곤 했는데, 시 외우고 지각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스승과 제자’의 정이 느껴지는 체벌 아닌 체벌이다.
최근 대구의 한 여고에서 교사가 보충학습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10여 명의 학생을 복도에서 체벌하다 이를 거부하던 한 학생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주위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말썽이 됐다.
이런 일이 생기면 으레 인권이니 교권이니 하는 잣대를 내세우며 서로 잘잘못을 따지곤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체벌의 경우 종전까지는 ‘교육적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용납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매우 달라졌다. 30, 40대 성인만 돼도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초등학생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교에서 ‘구타’ 수준의 체벌이 종종 일어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교사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왜 꼭 체벌이 이 같은 방식이어야 하는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는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뿐 아니라 일정한 규율도 필요하다. 생활환경이나 개인적 성격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기 때문에 나름의 질서가 필요하다.
체벌이라고 다 같은 체벌은 아니다. 경찰이 출동하는 ‘저급한 체벌’이 있고 학생의 사람됨을 다듬어주는 고급스러운 체벌도 있다.
체벌에도 진정 ‘교육적 창의성’이 필요한 때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