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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70여년 변함없는 ‘풍성한 가을’

입력 | 2008-11-05 06:16:00


수령 78년 대구 평광동 사과나무… 올해도 5㎏들이 40상자 열매

경제수령 지났지만 매년 150∼200㎏ 생산

농기센터 “생산가능 나무로는 최장수 추정”

“이 사과나무가 사람으로 치면 80세를 앞둔 고령이지만 여전히 풍성한 열매를 맺어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답니다.”

대구의 한 과수원에 있는 수령 78년인 사과나무가 매년 탐스러운 홍옥 품종을 생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과 재배지인 대구 동구 평광동 주민 우채정(82) 씨 집 앞에서 자라고 있는 이 사과나무는 올해도 5kg들이 40상자 분량의 홍옥을 생산했다.

이 나무는 1935년 우 씨의 부친이 당시 5년가량 자란 묘목을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직접 들여와 심은 것으로 현재 높이 5m, 폭 9m, 둘레 1.42m 정도.

우 씨의 부친은 당시 80여 그루의 홍옥 사과나무를 과수원에 심었지만 이후 신품종인 부사 등에 밀려 대부분 뽑혀 나가고 현재는 한 그루만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열매를 맺는 경제수령(30∼35년)이 훨씬 지났지만 매년 150∼200kg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작은아들 희광(53) 씨와 함께 과수원을 꾸려 가는 우 씨는 “70여 년간 한 번도 병충해 피해를 보지 않은 이 나무가 정말 대견스럽다”며 “나무 한 그루에 대구 사과 재배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를 심은 지 10년 후부터 해마다 90만∼100만 원어치의 사과를 따내 그동안 6000여만 원의 총매출을 올렸다”며 “이 돈으로 4남매 학비도 대고 출가도 시켰다”며 웃었다.

부인 김태향(81) 씨는 “이 나무가 오랫동안 집 앞에서 자라며 열매를 맺어 가족처럼 정이 들었다”며 “최근에는 구경하러 오는 관람객이 부쩍 늘어 이들에게 커피도 대접하고 사과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고 말했다.

이 나무는 사과의 빛깔이 곱고 맛과 당도가 유달라 수확철에는 ‘홍옥을 살 수 있느냐’는 전화 주문이 몰리곤 한다.

이 나무에서 딴 사과는 대부분 팔려 나갔고 현재는 2∼3상자 분량의 열매만 관상용으로 달려 있다.

대구시농업기술센터는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사과나무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과나무가 열매를 맺는 경제수령이 지나면 고사하거나 뽑혀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오랫동안 강한 생명력을 갖고 열매를 맺는 것은 특이한 사례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유전자 보존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대구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최근 이 나무에 대한 병해충 조사 결과 아주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 나무가 있는 평광동 일대 140여 가구의 농민이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는 등 이곳이 ‘대구사과’의 명맥을 이어가는 곳인 만큼 이 일대를 관광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다.

대구시 최주원 농정담당은 “이곳에서 사과 체험농장을 시범 운영하고 부근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도동 측백나무 숲과 시 문화재인 첨백당 등 유적지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