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총사 밤낮없이 훈련 또 훈련 싹수 보이면 ‘근성’ 심으셨죠
김성근 감독 추억담을 들려달라고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제가 대학교(원광대) 졸업하고 막 태평양 입단했을 땐데요. 다른 선수들이 춘천 가서 훈련할 때, 저랑 박정현 최창호 이 3명만 인천 제물포고교에 남겨두더라고. 가니까 박상열 코치가 와 있는데 비닐하우스에 우리를 집어넣는 거야. 그 시절에 변변한 실내 연습장이 있었겠어요? 학생 선수들 체력훈련 하던 시설인데 실내에서 볼 던졌죠.
그 다음에 마산, 제주도를 돌며 동계훈련을 했어요. 외국에 나갈 형편도 아니니까. 거기서요, 하루에 200-300개는 던졌을 거야. 눈, 비 내려도 다 맞고 했어. 하여튼 세상 천지에 쉬는 날이 없었다니까. 저녁엔 정신교육 받았고. 지금 SK 훈련 많이 시킨다고 하던데 나이 드셔서 그나마 덜 하는 거라니까. 그 이듬해 태평양의 65승 중 45승을 우리 셋이 다 했어요.
또 오대산에 보내 새벽이고, 밤이고 행군 시켰는데 안 죽을라고 따라다녔다니까. 눈이 무릎까지 쌓여 길도 없는 데 정말로요, 낙오되면 죽는다는 생각이 버티게 한 것 같아. 냉수마찰이요? 그거야 피로회복 정도였지.
왜 그런 훈련을 시켰느냐고요? 정신력 강화죠. 이렇게까지 우리가 했는데 질 수 없다. 무서울 게 뭐 있느냐 이런 근성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 우리가 그때 감독님을 돔보(잠자리)라 불렀어요. 왜냐면 훈련을 안보는 거 같은데 이놈이 뭐하고 있는지 귀신같이 다 알아.
감독님은 선수를 보이지 않는 데서 칭찬해요. 절대 앞에선 안 해. 그렇게 선수 위하는 마음을 우리도 다 알지요. 그러니까 이 사람 믿고 따라가면 된다는 믿음을 줘요. 그것이 카리스마지. 정말로 결과가 나오니까. 내가 야구 좀 잘 한다고 뻐겼다간 감독님 앞에서 큰 코 다치지.
혹사요? 나를 봐요. 그분 떠나도 괜찮았잖아. 그런데 감독님 계실 때만 잘했던 선수 1-2명이 나오니까 그런 말도 나오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삼성만 실패했잖아요? 좋은 선수가 많아서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 같아. 중간 선수들 땀 흘리게 하고 기회 주고 경쟁 붙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죠. 그러다보니 어지간히 아프지 않는 한 아픈 내색 안 하고 뛰게 되요. 시즌 끝나면 고생했다고 일본 온천도 보내주시는 면모도 있었답니다.
돌이켜보면 최창호나 박정현, 저 전부 가공이 안 된 선수였잖아요? 감독님이 잠재능력 하나만 보고 매달린 것 같아요. 그 사람이요, 무턱대고 아무나 그렇게 훈련시키는 거 아니에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인데. (극한훈련엔) 키울 만한 선수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김성근을 말하다] 민경삼 본부장의 은사 추억
[김성근을 말하다] 김응룡 사장이 본 김성근
[김성근을 말하다] 메모광 김성근, 그의 펜은 독했다
[화보]야구장을 찾은 톱스타-늘씬 미녀들 시구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