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이나 그리웠으면 다시 찾은 하늘다리야/꽃반지 끼워주며 송이 따던 내 사랑아/새하얀 내 가슴에 사랑을 그려 놓고/너무 쉽게 떠나간 사람아/정답게 오르던 청량산 길에/하얀 목련꽃은 나를 반기는데/반겨야 할 내 사랑은 어디 갔을까….’
요즘 경북 봉화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는 이 ‘하늘다리’다. 봉화 출신으로 ‘미스고’를 부른 가수 이태호(44) 씨가 작곡하고 엄태항 봉화군수가 작사를 거들었다.
540여 명의 봉화군 공무원은 대부분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 3만6000여 주민 사이에도 꽤 알려졌다. 9월 말 봉화송이축제 때는 가수 이 씨가 주민과 관광객 앞에서 마이크를 잡자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
봉화의 명산인 청량산에 설치된 ‘하늘다리’가 6개월 만에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하늘다리는 봉화군이 21억 원을 들여 올 5월 초 해발 800m 높이의 선학봉과 자란봉 사이를 이은 현수교(쇠사슬로 이은 출렁다리). 길이 90m, 폭 1.2m로 산꼭대기에 설치된 다리로는 전국에서 가장 길다. 지상에서는 70m 높이다.
하늘다리가 개통된 5월부터 10월까지 청량산을 찾은 등산객은 34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8000명)에 비해 2.5배 늘었다. 6월에 4만6000명이 찾았지만 지난달에는 1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하늘다리는 청량산 주차장에서 1시간 남짓 걸어야 만날 수 있다. 등산객 중에는 다리를 건너다 말고 아찔한 느낌 때문에 멈춰 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부 관광객은 “이곳을 건너면 청량산의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찬사를 보낸다. 지난 주말 청량산을 찾았던 안동대 김순철(58·물리학과) 교수는 “다리에서 보는 청량산의 풍경은 정말 시원하고 상쾌하다”며 “등산을 즐기지만 하늘다리는 독특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12봉우리로 된 청량산은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신선대 같은 빼어난 경치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조선의 퇴계 이황 선생 등과 관련된 유적도 많다.
하늘다리로 연결된 봉우리는 그동안 등산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등산로가 위험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니까 다리를 놓아 달라는 의견이 많았었다.
요즘 주말이면 1만5000여 명의 등산객이 몰려 청량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 11명은 비상근무를 할 정도로 바쁘다. 등산객 중에는 외국인도 눈에 띄게 늘었다.
허기정(58) 소장은 “주차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에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며 “청량산의 맑은 기운을 받고 돌아가면서 봉화의 특산물과 음식도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