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성격은 곧 운명이다’란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SK의 김성근 감독은 웬만한 야구팬들이면 알 수 있을 만큼 개성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야구를 지켜보면 승부엔 무조건적 양심명령인 정언명법(定言命法)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다. 그런 스타일은 타고난 성격과 환경이 더욱 강하고, 끈질기게 만들었지 않았나 싶다.
일본에서 현해탄을 건너올 때의 굳은 각오가 꺾일 만큼 국내야구계의 비협조가 심했을 수도 있다. 특히 지도자로서 실업야구 감독, 프로야구 코치·감독 등을 거치면서 어지간한 재일교포 같으면 “나 한국에서 야구안해”라며 고국을 떠났을 일들도 많았을 것이다.
실제 재일교포 야구인들 중 그런 마음으로 떠난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재일교포 야구인들 중 그래도 국내프로무대에서 성공한 감독은 김영덕, 김성근 두 사람 뿐이다. 김영덕 감독은 82년 우승팀 OB의 감독이었고, 김성근 감독은 당시 투수코치였다.
그리고 26년이 지난 지금 김성근 감독은 OB에서 두산으로 바뀐 친정팀에 한국시리즈 2년연속 실패를 안기면서 뒤늦게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본인의 말대로 그가 야인이었을 때 한국시리즈 우승한번 못해보고 야구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가 우려 했던걸 돌이켜보면 두 번째 우승이 주는 의미는 크다.
이제부터 프로야구계는 어느 팀이 SK를 누를 수 있을 것인가란 분위기가 확산될 정도로 강자로서 자리매김했고 7구단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벌써부터 2009 시즌은 SK의 3연패 여부에 초점이 맞춰 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그를 뒤늦게 꽃 피우게 했을까? 그의 성격이 야구 운명을 바꾸었다고 생각된다.
그를 잘 지켜보면 일반 팬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끈질긴 승부욕과 학구열은 물론이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오늘이 있기까지 기다리면서 자신과 투쟁한 감독이다. 그러면 야구계 일각의 오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고교시절까지 일본에서 성장한 그는 다다미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다다미형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원천적으로 온돌형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피는 못 속이듯이 온돌형이란 확신을 요즘은 더 느끼게 했다. 구들(구운 돌)을 뜻하는 온돌(溫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고유의 실내난방법으로 복사, 전도, 대류라는 열전달 3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기는 모기를 쫓는 방충제, 살충제 역할도 하면서 아랫목이 없는 다다미와 다르다. 어린 시절 환경은 다다미형이었겠지만 귀국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많은 제자를 거느린 온돌형으로 바뀌었다고 본다. 타고난 성격이 온돌형이 아니었더라면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운명적인 2연패의 꿈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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