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로브스키 등 명품업체 관광마케팅 경쟁
두 눈에 박힌 크리스털에서 빛나는 일곱 가지 무지개 빛, 입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입구부터 장엄한 이 거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롯데월드도, 에버랜드도 아니다. ‘Kristall Welten’. 영어식으로 옮기자면 ‘크리스털 월드’다. ‘크리스털의, 크리스털에 의한, 크리스털을 위한 세계’라 알려진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세운 테마파크다.
오스트리아 티롤 주의 인스브루크 바텐스 지역에 있는 이 테마파크는 빈의 쉔브룬 궁전과 함께 한 해 평균 70만 명이 방문하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1995년 브랜드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으며 멀티미디어 예술가 겸 건축가인 앙드레 헬러가 설계를 맡았다.
내부에는 크리스털 빛과 명상음악을 통해 정신을 치유하는 ‘명상의 방’을 비롯해 ‘크리스털 숲’, ‘얼음 골목’ 등 14개 주제로 구성된 방이 있으며 건물 뒤편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동산도 있다.
테마파크 운영을 위해 스와로브스키는 사내(社內) 관광사업부까지 뒀다. 최근 이 부서는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 관광객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명품을 좋아하고 관광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많아졌기 때문.
이를 위해 5년 전부터 한국인 마케터를 채용해 현재 8명의 한국인이 관광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투어, 롯데관광 등 국내 여행사 4곳에 크리스털 월드를 포함한 유럽여행 패키지 상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은 3만5000명으로 전체의 5%를 차지했다.
스와로브스키는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여행사 가이드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고 내년도 한국 관광객 비율을 1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완구 브랜드 레고가 덴마크에 세운 ‘레고 월드’, 허쉬 초콜릿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차린 ‘허쉬 마을’ 등 기업들이 세운 기념관과 테마파크가 관광 명소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이제는 패션 브랜드들도 관광 마케팅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도 각광받고 있다. 루이비통이 3년 전 프랑스 파리에 세운 ‘에스파스 루이비통’ 갤러리는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한 곳이 됐다. 지난달부터는 한국 신진 미술가 10명의 옴니버스 전시회 ‘메타모포즈’가 열리며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라다는 세계적인 건축가 램 쿨하스와 함께 내년 초 서울 경희궁 앞마당에 ‘트랜스포머’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와로브스키 관광사업부의 한국인 입사자 1호인 김진숙 씨는 “관광 마케팅은 단순히 물건만 사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체험 공간을 마련해주고 충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