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뒤 문을 연 증시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최악의 금융상황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를 압도한 결과다. 오바마 당선인은 자신 앞에 놓인 ‘경제 살리기’라는 과제의 무게를 새삼 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시장의 관심은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뜻하는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쏠려 있다.
▷오바마 캠프의 경제 관련 공약을 종합하면 오바마노믹스는 ‘큰 정부’로 요약된다. 재정 지출 확대, 정부 규제 강화가 골자다. 이는 전통적으로 시장보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성향을 반영한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실물경기도 중요한 변수다. 그는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걷고, 중산층에게는 1인당 500달러의 세금환급 혜택을 줘 내수경기를 살리겠다고 공약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불황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21세기형 뉴딜정책’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금융부실을 초래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금융파생상품 규제와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 감독을 대폭 강화할 태세다. 결국 오바마노믹스는 1930년대 뉴딜정책 이래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정부의 시장개입이란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감안할 때 경기부양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오바마노믹스는 세출 삭감, 감세, 규제 완화를 통해 1980년대 미국 경제의 부활을 이끈 레이거노믹스와 대비된다. 우리로서는 그런 차이보다 미국 내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기류에 더 신경이 쓰인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한미 자동차 교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보호주의적 색채를 드러냈다. 오바마노믹스가 열매를 맺어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세계경제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지나치면 세계적 통상마찰을 촉발하고 동반 침체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다. 오바마노믹스가 코스트를 덜 치르고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원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