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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모린 다우드]야비한 공격 물리친 오바마

입력 | 2008-11-07 02:58:00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탄생한 4일 밤 나는 백악관까지 걸어갔다. 백악관 담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아름다운 집에서 살기만 하면 왜 다들 바보가 되는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삿짐을 실을 트럭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안에서 전임 대통령들의 초상화에 말을 걸고 있지 않았을까. 초상화 속 대통령들은 부시 대통령을 피해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처럼 액자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딸들은 곧 애완견을 안고 백악관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거기에서 아버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선거운동 기간 중 필자가 놀란 것은 오바마 당선인에 대한 ‘은밀한’ 인종주의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오바마로는 이길 수 없다”고 외쳐대던 진짜 속내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백악관 로즈가든을 수박밭으로 만들 것이다” “오바마는 화이트하우스(백악관)를 블랙하우스로 만들 것이다”라는 악담을 공공연히 해대는 사람들에겐 정말 놀랐다.

이제 오바마 당선인은 백악관을 원래대로 만들 기회를 얻었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채운 기념물들은 그 찬란한 빛을 잃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정치자금을 위해 외부인에게 침실을 개방해 ‘모텔 1600’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는데, 그 공간이 인턴과의 밀회에 사용됐는데 백악관이 어떻게 고상한 곳일 수 있는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고문을 합법화하고, 전쟁을 위해 왜곡된 증거를 만들고, 석유회사의 친구들을 부자로 만들 생각에 골몰했는데 어떻게 백악관이 용기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는가.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는 동안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의 흑인 주민들을 물속에 가라앉혔는데 링컨기념관이 어찌 감동적일 수 있는가. 남부 재건을 역설하며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자비로”라고 말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부끄럽다.

헌법이 난도질당하고 베트남전의 실수가 반복되고 의원들은 말싸움에만 골몰하는데 미국 문서보관소, 베트남전기념관, 의회의사당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국민의 3분의 1이 형편없는 의식주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본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2기 취임사가 여전히 유효한데 어떻게 루스벨트기념관이 관광지가 될 수 있는가.

시카고 당선 축하행사장에서 오바마 당선인의 연설은 강하고 단순했다. 그가 어떤 도전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그의 태도에는 무게가 있었다. 이미 고독, 그리고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대통령 직을 묘사한 것처럼 ‘화려한 비참함’ 상태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많았던 의심과 미치광이의 공격, 심지어 그의 중간이름(후세인)을 극복하고 경이적인 승리의 한가운데에 오바마 당선인은 홀로 우뚝 섰다.

그는 ‘겸손’을 얘기했다. 또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다”라는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끔찍한 실수를 해왔지만 다시 기회를 얻었다. 헌법학 교수 출신에 링컨의 땅(일리노이 주)에서 온 상원의원과 함께 새롭게 출발할 때 링컨기념관은 다시 빛을 발할 것이다.

링컨 대통령의 동상 무릎에 기어올라 ‘오늘’을 축하하고 싶다. 벌금 50달러를 물어야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