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가 기술과 과학으로 커피의 영혼을 이끌어 낸 커피라면 핸드 드립 커피는 마음과 느낌을 녹여 낸 아주 재미있는 커피다.
핸드 드립이란 커피메이커 같은 기계의 추출 원리를 사람의 손으로 대신하여 정교하게 커피의 맛을 선별하여 뽑아내는 기술 또는 그러한 방법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핸드 드립 추출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깔때기처럼 생긴 드리퍼라는 용기에 종이 필터를 끼워 넣는다.
이 드리퍼는 추출 구명이 한 개에서부터 네, 다섯 개 뚫린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들이 있다. 이러한 드리퍼에 분쇄된 커피 가루를 담은 후, 조금씩 물을 부어가며 커피를 내리게 되는데, 커피의 입자 크기, 물의 양, 물의 온도, 물줄기의 두께, 물을 붓는 시간 등 모든 물리적, 환경적 변수 요인들이 커피의 맛과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기계에 의존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것과는 달리 핸드 드립식 방법은 커피의 성분을 임의로 선별하여 뽑는 것도 가능하고 농도의 조절도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핸드 드립 커피의 추출 과정은 종종 요리의 ‘맛내기’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요리사가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해 조미료를 사용할 수 있는데 비해 핸드 드립 커피에는 맛을 보완하는 특별한 조미료가 있을 리 없다. 오로지 커피를 뽑는 이의 ‘손맛’이 모든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핸드 드립 커피는 만드는 이의 그때그때의 마음과 느낌이 그대로 커피에 반영되어 버린다. 커피를 뽑아내는 노하우, 즉 추출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이 핸드 드립 커피의 묘한 매력이다.
드립 커피는 시와 같아서 시가 문법을 파괴하는 시적 허용이 용납되듯이 드립 커피도 이론을 뛰어 넘는 그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하다. 모든 커피의 이론에 역행하는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하고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장인 소리를 듣고 있는 이도 존재하며, 새로운 추출 방법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성을 담는 마음이 향기롭고 신선한 원두라는 재료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 잔의 멋진 커피가 뽑아져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상적인 노하우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이야 말로 핸드 드립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에스프레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핸드 드립을 통한 커피의 변수들을 이해하는 것이 에스프레소를 즐기며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일한 원두를 가지고도 에스프레소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핸드 드립이라는 추출 방법이 앞으로 커피 문화의 한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전망이다. 많은 커피인들을 사로잡았던 유혹의 정체, 핸드 드립을 통해 바쁜 현대 생활 가운데 잠시 향기로운 쉼표를 찍어보기를.
이동진
[관련기사]빼빼로 데이 특수를 노린 제품과 이벤트